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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끼오챌린지

도서관방학특강

by 반짝이는 엘리

방학이 다가오자 도서관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 특강을 신청했다. '꼬끼오 챌린지'라는 제목으로 사서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이 각자 읽을 책을 40분 동안 읽고 감상을 나누는 수업이다. 줌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아침 9시 30분부터 시작이어도 부담이 없었다.
수업 시간 전 아이는 고심해서 책을 골랐다. 읽을 책으로 만화책은 제외라는 안내가 있었다. 결국 한국사 책을 골랐는데 사서 선생님께서 어려운 책이라며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 같다는 칭찬을 해주셨다고 한다. 아이는 으쓱했는지 다음 시간에 읽을 책을 고르는 건 더 신경을 썼다.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 책은 어린애들 용이라나?
'꼬끼오 챌린지' 수업은 인기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신청한 아이들은 우리 아이를 포함하여 네 명뿐이었다. 사서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각자 읽을 책을 소개하고 드디어 책 읽기를 시작했다.

제법 진지하게 책을 읽는 아이들을 보니 도서관을 집으로 옮겨온 느낌이었다.

같은 시간 나도 책을 잡았다. 읽고 싶어 샀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책장에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아이 옆에서 읽을까 하다가 감시하는 것처럼 느낄까 봐 거실로 나와 책을 읽었다. 방학이라 아이와 하루 종일 붙어있느라 여유가 없었던 내게 단비와 같은 귀중한 시간이었다. 진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며 모처럼 갖게 된 여유를 누렸다.

그렇게 각자 책을 읽다 순간, 집이 너무 조용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가 잘 읽고 있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살금살금 다가가 몰래 아이의 방을 들여다보았다. 우려와는 달리 얌전히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평소에 책을 읽으라고 하면 왔다 갔다 하며 잘 집중하지 못하던 아이이였지만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해서인지 움직이지 않고 무려 40분 동안 책을 읽었다. 와우!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집중을 못 한 건 오히려 나였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좋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이 산만하고 신경은 온통 아이 방에 쏠려 있었다. 내 책을 읽다 말고 아이가 잘 읽고 있나 확인을 하고, 감상을 이야기할 때는 우리 아이는 무슨 얘길 하나 쫑긋 귀 세우며 궁금해했다. 다행히 아이는 엄마가 확인 중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하품을 몇 번 하긴 했지만 그래도 잘 읽었어!"
수업이 끝나자 달려 나온 아이에게 엉덩이 토닥토닥하며 칭찬을 마구마구 해주었다. 믿어주지 못한 내 마음을 들킬까 봐.
앞으로 남은 '꼬끼오 챌린지'도 잘 참여하여 아이가 책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진짜 책 읽는 시간을 보내야겠다. 잘하고 있는 아이에 대한 걱정일랑 접어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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