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만남

반납책장

도서관에서 읽을 책을 찾아 서성거리다 보면 책 반납책장에 눈길이 간다. 반납 기계 옆 반납하는 곳이라 적힌 책장에는 누군가 재미있게 읽고 반납한 책들이 쌓여있다. 책장에 반듯하게 꽂혀있는 책보다 반납책장에 들쑥날쑥하게 쌓여있는 책들이 더 재미있어 보이고 끌리는 것은 왜일까? 누가 읽었다고 하면 더 눈길이 가듯이 다른사람들은 어떤 재미있는 책을 읽었는지 호김심이 생긴다.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더 인기가 많아지는 것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

책도 유행이 있다. 판타지 소설들이 쏟아져 나오던 때가 있었고 미술과 관련된 에세이나 책들이 한참 많이 나오다가 요즘 들어 책 필사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인기가 많은 책들은 도서관에서 바로 빌려보기 어렵다. 예약을 하거나 다른 도서관의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그러다 어느 날 거짓말처럼 반납 책장에서 읽고 싶었던 책을 발견하곤 한다.

도서관의 방대한 책들 사이에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내게 반납 책장의 책들은 하나의 추천 도서의 코너가 되어주기도 한다. 누군가 재미있게 읽었을 책, 혹은 시간이 없어 읽지 못했더라도 관심이 있었던 책들이기에 어쩌면 내게도 꼭 맞는 책이지 않을까하는 생각.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입는지, 무엇을 먹는지, 어디를 가는지 심지어 무엇을 읽는지조차 관심의 대상이 되며 나역시 뒤쳐질세라 함께 하기를 원한다. 그 욕망이 도서관에서도 표출된다. 반납책장이 표적이다. 커다란 가방에서 책들을 우수수 꺼내 반납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어떤 보물을 발견할 것처럼 신이 난다.

누군가 재미있게 읽었을 책들, 혹은 읽지 않고서 반납했을지라도 괜히 다가가 뒤적거리게 된다.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발견하면 누군가 먼저 빌려갈새라 잽싸게 집어든다. 매번 도서관에 올 때마다 다 읽지 못하더라도 가방에 넣고도 손에 들 정도로 빌려 가고, 반납하고를 반복한다. 물론 집으로 가져온 책들이 모두 다 내 취향에 맞거나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도서관의 책을 정리하시는 일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재빠른 손길이 조금은 야속하기도 하다. 반납 책장이 차기 무섭게 책수레에 가득 실어 원래의 자리에 꽂아놓기 때문이다. 어떨 땐 책수레를 쫓아다니며 살펴보기도 한다.

너무 귀찮으셨으려나?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나 도서목록만큼 개인적인 취향인 것이 있을까? 그 은밀함에 한걸음 다가가는 일이 바로 반납책장이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 다른사람에게도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많은 사람이 즐겨보는 책은 그만큼 대중적이기도 한 것이니 재미있게 읽는 경우가 많다.

어떤 책을 읽을 지 고민이 된다면 반납책장을 유심히 살펴보자. 모르고 지나쳤을지 모를 책이, 평소 관심있었지만 까먹고 있던 책이 '우연히'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