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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동아리모임은 힐링이지

그림보다 수다

by 반짝이는 엘리

한달에 두번 모이는 도서관 동아리 모임은 한번은 주제글쓰기를 하고 또 한번은 어반스케치를 그린다. 원래 어반스케치는 야외에서 빠르게 풍경을 그리는 것이나 날씨의 영향도 받고 매번 야외로 나가기는 어려워서 사진을 보면서 그리기도 한다.


오늘은 어반스케치를 그리는 날. 부랴부랴 아이를 학교를 보낸 뒤 촉촉한 봄비를 맞으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스케치북과 물감 붓을 꺼내고 펜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서로 안부를 물으며 수다를 떨다가도 모두들 집중해서 선을 그었다.

조용한 동아리실에는 톡톡톡 유리창을 때리는 빗소리가 들렸다.


"우리 음악들으면서 그릴까요?"


유튜브에서 '비오는 날 재즈감상' 이 눈에 띈다. 오늘같은 날씨에 이 감성이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감미로운 재즈선율이 흐르고 하얀 스케치북위에는 선으로, 색으로 채워본다.

같은 것을 보고 그리지만 다 똑같은 그림이 아니다. 누구는 나무를 강조하고 누구는 옆건물을 지워버렸다.

벌써 채색을 거의 다 한 사람도 있고 아직 스케치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속도로, 자기만의 느낌을 담아 그림을 그린다. 함께하지만 나만의 그림을 그린다.

하나 둘 그림이 완성되고 어찌저찌 그려냈지만 함께 모아놓고 보니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기분을 눈치챘는지 선이 삐뚤어진 것도 색이 번진것도 '작가의 의도'라며 응원해준다. 그림에 정답이 없듯 못그린 그림은 없다며 개성이 중요하다며 용기를 준다. 작은 칭찬거리를 콕콕 찾아내어 아낌없이 칭찬을 해준다. 착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그림에는 영 소질이 없는데 어쩌다가 어반스케치모임을 하게 된 걸까?다른 그림과 비교할수록 어설픈 솜씨에 부끄럽지만 그림대회를 나가는것도 아닌데 뭐. 취미생활인데 즐겁게 오래하는게 중요한거지.

어느덧 그림 그리는것에서 더 나아가 함께 모임하는 사람들이 좋아져서, 그들과의 만남이 시간가는 줄 몰라서 이 시간이 더 행복하다.

그림이야 그리다보면 조금이라도 나아지겠지, 봐줄만은 하겠지 싶은 마음도 함께, 어쩌면 내 그림도 그리 못그린 건만은 아닌 듯한 착각을 하며

오늘도 도서관 모임을 통해 힐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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