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탐방기
오늘은 처음 가보는 도서관에서 수업이 있는 날이다. 프로그램을 신청할 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알아보니 집에서 꽤 먼 거리에 있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야 하는데 갈까 말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버스도 한번 갈아타야하고 하필이면 날씨도 추워져서 비까지 내려니 귀찮음이 온몸에 내려앉았다.
집에 있으면 뭐하랴. 이런 날 집에 있으면 분명 밍기적 밍기적거리다가 하루 끝에 '그냥 도서관에 갈껄' 하고 후회할 게 뻔했다. 유투브 쇼츠나 볼 바에야 수업을 듣는게 낫지. 마음을 정하고나니 빠르게 준비를 시작했다. 밍기적거린 탓에 여유는 없어졌다
낯선 동네에서 내려 지도에서 본 길을 떠올리며 도서관으로 걸어갔다. 생긴지 얼마 안된 도서관으로 외관도 예쁘고 카페도 있고 깔끔했다.
수업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도서관 구경에 나섰다. 혼자 간 터라 조용하게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책이 지겨워질 때가 있다. 독서가 늘 생활이었지만 책을 펴지않는 시간이 길어질 때가 있다. 자주 가는 도서관에 가면 그 책이 그 책 같고 딱히 손이 가는 책이 없어지는 그런 때가.
책 읽기에 조금 소홀해짐을 느낄 때 익숙한 도서관이 아닌 조금 멀더라도 가보지 않은 낯선 도서관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나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지만 꽤 신선한 기분이다. 천천히 책장 사이를 걸으며 책 제목을 음미하며 읽었다.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 책도 다 새롭게 느껴지고 종류도 더 많은 것 같고 읽고 싶어지는 책이 가득했다. 자주 가는 도서관에서 느낄 수 없는 낯설면서도 새로운 기분.
동네 도서관에서는 자주 가다보니 꽂혀있는 책 제목들이 다 익숙했는데 여기에서는 모든 책이 다 초면인것 같고 그래서 더 설레였다. 게다가 아는 책이라도 만나면 반갑기도 했다.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갑자기 마구 마구 눈에 들어왔다. 분명 이 책도 동네 도서관에도 있을 지도 모르지만 전혀 다른 책처럼 느껴지는 거다. 욕심내어 몇 권을 고르고는 무겁게 들고 가는게 힘들어서 두 권만 빌리고 나머지는 사진을 찍어 놓았다. 다음에 꼭 다시 빌려읽어야지.
장소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기분이 들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행동할 수 있다. 요 몇일 책을 펼치지 못했는데 당장 읽고 싶은 간질간질한 마음이 들었다. 낯선 풍경이 보이는 창가 테이블에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었지만 산뜻한 기분마저 들었다.
일상이 지겨워 질 때 여행을 가듯이 새로운 도서관은 나태해진 독서 생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줬다. 책 읽는 재미를 한가지 더 알게 된 셈이다. 아마도 더 오래오래 재미있는 독서생활을 하게 되지 않을까? 세상에 안 가본 도서관은 너무도 많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