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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전시회

도서관 전시회

by 반짝이는 엘리

글 쓰고 어반 스케치를 그리는 동아리는 일 년에 두 번 도서관에서 시와 드로잉 전시를 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오월. 오월은 가정의 달, 사랑, 장미, 꽃, 어린 시절 추억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떠오르는 이미지를 시로 표현하고 시와 어울리는 그림까지 직접 그리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그림도 완성하고 글씨도 다 썼는데 가이드라인을 지우다가 글씨가 번져서 결국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직접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린 원화 전시는 힘든 만큼 다채로운 보는 즐거움이 있다.


도서관의 한쪽에 우리 작품이 전시되었다. 전시 첫날, 짐짓 내 작품이 아닌 척 그 앞에서 유심히 읽기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같이 합평도 하고 조언도 해주며 많이 본 작품인데도 막상 액자에 넣어 전시되고 있으니 마치 처음보는 작품처럼 보였다. 대단한 곳에 전시된 유명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도서관에 전시가 되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집 앞의 도서관이라 자주 오가는데 우리 작품들을 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뿌듯한 마음이 든다. 사실 도서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내가 전시를 해보니 이제는 다른 도서관에 가서도 자연스럽게 전시된 작품이나 북 큐레이터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햇살이 따사롭고 살랑살랑 바람 따라 늘어뜨린 버드나무 잎들이 흔들리는 오월. 전시회 준비를 마친 동아리 회원들과 공원에서 피크닉을 했다.

나무그늘 아래 돗자리를 깔고 김밥과 닭강정을 준비했다. 자리에 앉자 각자 가방에서 하나둘씩 나오는 과일과 과자, 커피와 음료로 푸짐한 한상이 되었다.

멀리 교외로 나간 것도 아니었는데 모이는 장소가 동아리실에서 공원으로 바뀌자 다들 마음이 들떴다.


2주에 한번 만나는 사이지만 햇수로는 3년째 만남이기에 제법 오래 본 사이다. 서로 'oo 샘'이라는 호칭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존칭하며 지내는 적당한 거리의 친근함이 있다. 보통 동아리활동이 같은 멤버로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던데 좋은 일이 있으면 마음을 다해 축하해 주고 늘 만나면 기분 좋은 만남이다. 같은 관심사로 만나서인지, 생각도 비슷하고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자연스럽게 전시회 준비 이야기부터 글 쓰는 이야기, 앞으로 동아리활동 이야기, 첫 만남 이야기까지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이 동아리는 도서관의 드로잉 에세이 프로그램 이후 후속 모임으로 결성된 동아리이다. 그러다 보니 드로잉 에세이 강의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강의를 들을 때는 대강당에서 수업을 해서 서로 친분을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동아리활동을 하면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사실 어디에 소속되고 이런 것에 용기 내기가 힘든데 용기를 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아리에 안 들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그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와 많이 다른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글쓰기의 시작이 바로 그 드로잉 에세이 수업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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