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모임
"카톡!"
아이를 보내고 잠시 소파에 앉아 티브이나 보고 있는데 아침부터 카톡이 울렸다.
평소 광고나 스팸 아니면 별 연락이 없는 터라 생각 없이 열어본 채팅.
"모닝커피 번개 하실까요? "
반가운 메시지가 올라왔다. 도서관 동아리 모임의 단톡방이었다. 날씨도 좋고 동네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만남은 좋지만 만나자고 말하긴 부끄러운 소심쟁이에게 누군가 놀자는 연락은 언제나 환영이다.
도서관 수업을 듣고 후속 모임으로 만든 동아리여서 그런지 관심사가 비슷하고 분위기나 생각들이 비슷해서 결이 맞는 사람들로 모였다는 생각이 든다. 동아리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시시콜콜한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지는 않지만 글을 통해 어쩌면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기분이다. 글을 읽다 보면 가족사나 여행이야기, 라이프스타일들을 짐작할 수 있다. 글은 말보다도 생각까지 드러나기 때문에 더 자세하고 솔직한 감정을 알 수 있게 한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조리원 동기, 유치원 친구들 모임, 놀이터 모임 등 많은 엄마들 모임과 다르게 내 이름으로 만나고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의 생각에 관심을 가졌다. 나를 좀 더 들여다보게 되고 더욱 만남이 기다려지고 힐링이 되는 시간이 된다. 글을 쓸 때도 처음엔 내 이야기를 하기 어려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조금씩 나의 진솔한 모습이 나왔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멤버들 역시 글의 성장에는 진솔함이 있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모임 멤버들에게 마음을 열었기 때문이 아닐까?
동아리 모임은 연령대가 40대 초반부터 60대 중반까지 다양하다. 다양한 연령대는 오히려 생각의 폭을 확장시킨다. 40대의 느낌과 50대의 느낌, 60대의 느낌은 다르기 때문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는 또 다른 위안을 준다. 게다가 열정 넘치는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성장의 자극을 주는 모임. 만남 후에 실속 없이 기 빨리는 수다가 아닌 서로의 마음을 성장시키는 모임이라고 생각한다.
동아리 모임에서 싸우기도 하고 갈라서기도 하고 해체되는 경우도 있다는데 이런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가운 번개 메시지를 보고 재미도 없이 돌려보던 리모컨을 내던지고 서둘러 준비를 했다. 계획도 없었던 번개에 누가누가 참석할지 설렘이 가득한 걸음으로 카페로 향했다. 이런 게 번개의 재미 아니겠는가! 카페에 도착과 동시에 반가운 얼굴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모닝커피를 마시고 점심으로 떡볶이를 먹어도 2시밖에 안되었다. 아직 아이가 집으로 오기 전 시간. 동아리 모임이 끝나고 점심을 먹으면 늘 시간에 쫓기곤 했는데 일찍 만나니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좋았다.
성공적인 번개 후 단톡방에 올린 커피와 떡볶이 사진은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언젠가 또 이런 반가운 시간이 있길 바라며 햇살 가득한 날, 반가움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