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여행을 잘하는 첫 번째 방법.
2022년 07월. 그렇게, 나는 방콕으로 떠났다. 인생을 배우기 위해서.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 태국에 도착했다. 여러 걱정과 고민들로부터 시작된 여행이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나 할까.
잠깐 과거로 돌아가 태국으로 떠나기 전, 비행기표를 구매하고선 주변에 말했었다. "나 태국으로 혼자 여행 갔다 올 거야. 약 1달 정도." 그리고는 생각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행운을 빌어준다던지, 내심 부러워한다던지 혹은 대단하다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일 거라고.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내 예상과 달랐다. "혼자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한 달 동안 어떻게 여행하려고?", "요즘 유행병 돈다던데. 괜찮은 거야?" 어렸을 적 나는 소심하기 그지없는 작은 아이였으니까.
모두 나를 걱정해 주는 말이었겠지만, 나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혼자? 네가?' 나를 비웃고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도 내가 소심한 아이임을 알았으니까. 그저, 그때의 내가 부정적인 아이였던 것 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나는 혼자 다짐했다. 보란 듯이 무사히 그리고 재밌게 다녀오겠다고. 한국에서 지켜보고 있으라고. 자신감을 가지고 한국을 떠났다.
그러나 태국에 도착해서 지낸 며칠 만에, 넘쳤던 자신감은 바닥을 찍었다...
늦은 시간, 언어가 통하지 않아 택시를 타지 못하고 쩔쩔맸던 공항. 야시장에서 나를 손님으로 맞이하지 않던 점원. 아무것도 모르는 타지에서의 나에 대한 무관심이 낯설었다. 분명 여행을 왔는데, 재밌게 놀겠다고 신신당부하며 왔는데, 즐기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방콕에 도착하고선 4-5일간 우울했다. 후회도 했다. 관광을 해도 관광한 느낌이 들지 않았고, 유명 식당에 가서도 음식을 즐길 수 없었다.
왜일까. 방콕이 나와 맞지 않는 걸까. 그래서 그럴까.
더 이상 시간을 버리고 싶지 않아 방콕에서 멀어져 보기로 했고 근교도시인 아유타야 1박 여행을 급히 계획했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길 바라며.
아유타야는 방콕과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유적도시였고 시골이었다. 그곳의 한 호스텔에서 나는 일본인을 만났다. 서로 방콕에 온 이유와 그간 여행했던 일들, 한국과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음날 같이 아유타야를 여행하기로 약속했다.
다음날, 자전거를 타며 푸른 하늘 밑을 달렸고, 여러 사원들을 구경했다. 같이 밥도 먹고 코끼리도 탔다. 하루가 다 가고 방콕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빈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들어 사진첩에 들어갔다. 오늘 여행한 사진을 보았다. 사진이 한 장 한 장이 넘어가는 것처럼 오늘 하루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웃고 있었다. 아유타야를 즐기고 있었다. 내가 방콕에 온 이유인 즐기는 것을 이곳, 아유타야에서 하고 있었다. 단지 환경이 달라서일까. 나는 시골 같은 느낌의 도시와 잘 맞는 걸까.
해가 저물어가는 노을. 철컹철컹. 기차가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아유타야에서의 여행을 되뇌었다.
같이 여행했던 일본인.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식당 아주머니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코끼리 위에 올라타 코끼리의 피부를 스스럼없이 만지고 직접 코끼리를 몰아보고 싶다며 태국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하교하는 아유타야의 학생들과 인사하며 일본어를 알려주는 모습들이. 그런 일본인 옆에서 나도 같이 식당 아주머니와 대화도 해보았고 코끼리의 피부도 느꼈었고 학생들에게 간단한 한국어도 알려주었었다.
"당당함."
방콕에서와 아유타야에서의 달랐던 점은 환경이 아니었다. 나의 성격이었고 태도였다. 나는 무심코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신경 썼던 것이었다. 누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길 바랐고, 나에게 친절을 바랐다. 외국인이니까.
그렇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당연한 친절과 관심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이 여행한 일본인은 "당당"했다. 타지에 놀러 온 외국인이었지만 당당했다. 당당하게 친절을 베풀었고 친근하게 다가갔다. 그러한 행동 뒤에는 식당에선 서비스 음식으로 돌아왔고 모르는 길 위에선 즐거운 여행을 빌어주는 행운으로 돌아왔다.
늦은 저녁. 방콕에 도착하여, 우리는 아쉬운 발걸음으로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며 각자의 발걸음을 했다. 그리고선 나는 다짐했다. 당당하게 살아가자고. 여행이든, 인생이든.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