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인생, 어떻게 사는 건데.

대학만 가면 된다며.

by 리유

막상 입학한 대학은 내가 상상하던 대학이 아니었다.




코로나 시기였기에 더욱 그랬을까..?


나는 초, 중, 고등학교 생활 동안 나름 공부를 잘하는 편에 속했다. 적어도, 못하는 학생으로 평가받지는 않았다. 특히 잘하는 과목이 있는 것도 못하는 과목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보통.' '평균.'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 그리고 나는 그것에 만족했었다. 때문에, 어떤 대학에 가더라도 중간은 하리라고 생각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컴퓨터공학이라는 공대의 과목은 내가 여태껏 배워온 과목과는 180도 달랐다. 노력을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못 푸는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점점 더 뒤처지기 시작했다. 2학년 1학기가 끝나갈 무렵까지도.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늘 제자리였다. 중간도 가지 못했다. 나는 좌절하고 후회했다. '왜 공대에 왔을까. 흥미도 생기지 않는 이 전공을 왜 선택했을까. 만일 다른 대학에 입학했다면 달랐을까.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지금의 난 행복했을까. 하고 싶었던 게 있었다면, 어땠을까.'


너무 힘들었다.

"이 길은 저의 길이 아닌 것 같아요."라는 말을 내가 겪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항상 중간 이상은 해왔으니까. 그리고 그 '중간'도 괜찮은 줄 알았으니까.

전과를 해볼까. 편입을 준비해 볼까. 이대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다. 정말 터무니없는 생각이지만, 그때의 나는 무서웠다.

여기서 더 뒤처질까 봐. 자신의 적성을 찾아 나아가는 친구들을 보며, 동기들을 보며.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때, 나는 제자리도 아닌 뒤로 물러나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무언의 두려움 때문에 선뜻 어떠한 선택도 내리지 못했다.


2학년 1학기를 마쳐갈 즘에 교내 상담을 신청했다. 뭐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조언이든, 위로든 뭐든 좋으니까.

상담사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진로를 바꾸기에 시간이 충분하다고. 대신에 신중히 고민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별로 위로가 돼주지 못했다. 당장의 변화를 원했으니까.

'12년간의 목표였던 대학 입학이라는 것을 이제야 겨우 이뤄냈는데 다시 뒤로 돌아가야 한다고? 친구, 동기들은 앞서나가는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와 동시에 위로가 되었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당연하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에게 권유해 주셨다. 여행을 떠나보라고. 더 늦기 전에 세상을 경험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그 경험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오라고.


상담과 함께 2학년 1학기가 끝나고, 나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인생이 뭔지 고민해 보기 위해. 그리고 속으로 외쳤다. "인생, 어떻게 사는 건데!"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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