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구석진 곳에서, 머리가 뜯긴 불상이 있는 곳에서 비명소리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
"끼이이야야약"
그는 순간 얼음이 되었다. 주변을 봤더니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미친." 괜히 공포영화를 떠올려 귀신이라도 불러온 것일까. 그는 미처 다 둘러보기도 전에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입구로 나가는 계단 앞에 웬 강아지 한 마리가 가로막고 서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강아지였다. 들개지만 그의 눈에는 귀여운 강아지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의 눈엔 강아지는 들어오지 않았고 오직 출구만을 향해 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다가가면 강아지는 그를 피할 거라고 생각했다. 원래 강아지라면 그럴 거니까.
그러나.
강아지는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그가 다가갈수록 강아지도 그를 향해 한걸음 한 걸음씩 다가왔다. 그리곤 짖기 시작했다. "컹컹!!"
"미친 미친" '평소였다면 그냥 지나쳤을 강아지인데. 뭐지. 분위기 탓일까.' 그의 앞에 서있는 들개로부터 알 수 없는 음산한 느낌을 받았다. 자세히 보니 눈에는 초점이 없었고 입가엔 흐르는 침이 가득했다.
마치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
그는 돌아서 다른 길로 걸었다. 어둠은 짙어졌고 더 이상 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걸음을 재촉하고 다른 길, 계단으로 내려가려는데, 그는 소름이 돋았다. 아까 서있던 개가 그의 눈앞에서 있는 것이었다. ";;;씨브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 들개는. 귀신들린 들개는. 이곳에 나를 갇히게 하려는 목적 같아 보였다. 그래서 다른 길로 돌아가려 해도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나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고는.... 공포영화처럼.... 그 귀신의 재물이 되어...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는 죽기 살기로 달리기 시작했다. 인생 살면서 그렇게 빨리 뛰어본 적이 있을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개는 쫓아오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그를 쳐다만 보고 있을 뿐.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귀신이 그를 잡지 못해 분노하는 듯한 모습으로.....
그는 재빨리 자전거에 올라탔다. 사원으로 가는 길에 봤던 사람들과 식당으로 가득했던 거리엔 어둠뿐,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들어가 없었고 식당들도 문을 닫고, 간판의 불도 꺼진 체 깜빡거리는 가로등밖에 없었다.
휴대폰 배터리는 5%뿐. 더군다나 가지고 온 지도는 아까 달리면서 떨어뜨린 모양이다. 그는 정말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배터리는 아껴둔 채로 기억에 의존해 돌아가기로 했다.
'사원으로 올 때, 마지막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왔으니까, 갈 땐 첫 번째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15분 정도만 앞으로 달리면 숙소야' 그렇게 길을 잃지 않으려 계속 되새기며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올 때까지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굴렸다.
20분쯤이 지났을까. 갈림길이 나와야 할 타이밍임에도 나오지 않자 그는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초조해서... 그런 걸 거야. 조금만 더 가보자' 그는 생각했다. 힘들어서 땀이 나는 건지 무서워서 식은땀이 나는 건지 그는 구별할 수 없었다.
5분 정도를 더 달렸을까. 그는 뭔가 이상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 분명 아까 지나친 곳 같은데...? 불 꺼진 파란색 간판. 옆에 자동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던 곳.'
"분명히 지나온 곳이다. 분명히 지나온 곳이다. 분명히 지나온 곳이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갈림길은 보이지 않았다. 계속 달렸다. 숨이 가빠져온다. 다리엔 어느새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는, 그는 비명도 지를 수 없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의 눈에 들어온 건 갈림길이 아닌 들개였다. 사원에서 본 들개는 아니었지만 분위기는 같았다. 초점 없는 눈동자에 입가엔 흘린 침이 한가득한. 귀신들린 들개.
들개 뒤로 보이는 갈림길.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자전거를 버리고 뛸까.' 자전거가 기어변속이 되지 않아 뛰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체력이 고갈된 상태였기에, 아무리 느린 자전거라 한들 걷는 것보다 빠르다는 냉정한 판단이 앞섰다.
눈에 초점이 없던 강아지는 뚫어져라 그를 쳐다봤다. 금방이라도 몸이 붕 뜨고 그에게로 돌진할 것만 같은 기세였다. 마치 공포영화에서 사람의 몸이 귀신에 의해 날아가는 것처럼.
그는 미친 듯이 페달을 굴렸다. 그 순간만은 그가 사이클 선수였다. 너무 두려웠던 나머지 그는 그 들개가 막아서고 있었던 갈림길을 향해 돌진했다. "에라 모르겠다아아아아"
갑자기 미친 듯이 짖는 들개였다. 침이 사방으로 튀는 것이 눈에 보였고 눈의 초점도 역시 나가있었다. 그 귀신들린 들개들도 최후의 수단이었을까. 그들의 경계선이 이 갈림길인 걸까. 이곳을 빠져나간다면 더 이상 나를 쫓아올 수 없는 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들개에게 점점 더 가까워지고 옆을 지나 갈림길에 돌아서는 순간. 들개는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미친 이거 뭐야!"
그는 얼마나 더 자전거를 굴렸는지 모르겠다. 역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있는 힘껏 페달을 밟았다.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았다. 더 이상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자전거에서 내린다면 그는 서있을 수 없을 것이다.
뒤를 돌아봤다. 들개의 모습은 어둠에 감춰 보이지 않았고 빛나는 눈만 보였다. 그러고는 그 눈도 사라졌다. 숙소로 향하기 위해 뒤를 돌아섰다. 그는 숙소 앞에 도착해 있었다.
그는 자초지종 숙소의 직원분들과 같은 방을 쓰는 여행객에게 겪었던 일을 말했다. 그러나 모두들 하나같이 말했다.
"Is here that temple?", "I didn't see any dogs today."
귀신들린 아유타야 - 끝
*)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허구의 스토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