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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 Sep 29. 2022

스트로베리 나이트

나는 가식의 책으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혼다테쓰야 저

" 눈앞에 놓인 '죽음'이라는 현실 그 반대편에 존재하는 '살아 있다'는 가치관, 살아 움직이는 자기 자신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거지."


잔혹한 문구가 난무하는 책치고는 결말에서 주는 의미가 굉장히 인문학적인 느낌이다.

잔혹함의 섬세한 묘사는 고 이외수 작가의 칼을 떠올리게 한다.


레이코 형사 시리즈 1의 스트로베리 나이트에 대한 나의 한 줄 감평이다.


작가 혼다테쓰야의 스트로베리 나이트다.


# 1. 쿨 한 척 책을 꺼내 들다.


게으름의 극치다.

추석 연휴에 펼친 책을 이제서야 덮었다

브런치 작가 불합격 통지를 받고 낙담한 마음을 추스르려 꺼내 든 책이었다


"그래!  이번 추석엔 이 책이나 읽자"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책을 펼쳐 들기만 했지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 불합격 통지에 대한 "왜?라는 의문은 마치 연휴의 나른함처럼 책 한 권 읽을 여유로움도 가라앉혀 버렸다

좀 더 유치한 이유를 들자면...


일본 작가가 쓴 책이다 보니 지명이나 이름도 모두 일본명이다

지명도 헷갈리고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헷갈렸다

그렇게 읽다 보니 책의 앞부분을 자꾸만 뒤적여야만 했다

그래서 결국 1장도 못 읽고 책을 놓았다.


낙담한 마음을 속이며 쿨 한 척 집어 든 책은 결국 읽는 척하며 끝나버린 것이다




# 2. 나는 솔직히 브런치 작가 합격에 관심이 더 있었다.


책을 놓고 솔직해지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곧바로 브런치 작가 합격 수기를 죄다 읽어 버렸다


페르소나를 세분화하고,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표현하고,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어야 하고, 지나친 레토릭은 금물이고 등등..... 이해는 되지만 글로 표현하려니 막막하였다

마치 수백만 가지의 단어들이 부유하고 있는 깊고 깜깜한 심해에서 선택지를 찾지 못한 채  손질만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페르소나조차 정하지 못하였다

결국 해답의 찾음보다 브런치 합격에 대한 관심만 남긴 채 연휴를 마쳤다.




# 3. 스트로베리 나이트에서 해답을 찾다.


연휴를 마친 일상의 첫날.

9월 13일 저녁이다. 연휴 내 던져 놓았던 스트로베리 나이트에 집중을 해 볼 요량으로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아!  이거다"   책!


깜깜한 심해에서 부유하던 단어의 조각들이 맞춰지는 순간이다


"그래, 나의 책을 만들어 보자!"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소개글과 소재 및 목차를 눈에 담는다

책장의 다른 책들도 꺼내어 그 형식들을 살펴보았다

드디어 답을 찾았다.




# 4. 나를 숨길 가식의 책으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밤새 고민했던 작가 소개 및 주제, 소재, 목차, 그리고 그 소재에 맞춘 글 두 편이 완성되었다


브런치 작가 1차 실패에 대한 열패감을 감추기 위하여 가식의 앞잡이로 내 몰았던 책.

열패감이 솔직함이었다면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쿨 한 척 가면을 쓴 나의 가식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나를 숨길 가식의 책으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독서평의 글은 아니지만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주검에 표현된 사실적 묘사는 흡사 사건 현장의 공간적 포용까지 가능케하고, 또한 사건을 파헤쳐가는 레이코 형사의 추리력은 독자로 하여금 긴장의 텐션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책의 시작에 떡밥은 없다.  다만 끝에서 복선을 회수하며 "아 놔!" 라며 뒷덜미를 잡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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