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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 Oct 04. 2022

독서에 어울리는 bgm

봉별기 그리고 가을방학

♪ 산책이라고 함은 정해진 목적 없이 얽매인 데 없이 발길 가는 대로 갈 것~♪


가을방학의 "속아도 꿈결" 가사의 일부다.  나의 까망이 폴더블의  벨소리이기도 하다

인디밴드 가을방학의 1집 타이틀곡으로 너무나도 좋아하는 음악이다

이 음악을 접하고 난 후 나의 전화기 벨 소리는 바뀐 적이 없다.  물론 지금도 이 곡이다

보컬 계피의 보이스는 너무나 맑고 청량하다.  밴드 "가을방학"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진다




속아도 꿈결 - 03:37
산책이라고 함은 정해진 목적 없이 얽매인 데 없이 발길 가는 대로 갈 것 누굴 만난다든지 어딜 들른다든지 별렀던 일 없이 줄을 끌러 놓고 가야만 하는 것 인생에 속은 채 인생을 속인 채 계절의 힘에 놀란 채 밤낮도 잊은 채 지갑도 잊은 채 짝 안 맞는 양말로 산책길을 떠남에 으뜸 가는 순간은 멋진 책을 읽다 맨 끝장을 덮는 그때 인생에 속은 채 인생을 속인 채 계절의 힘에 놀란 채 밤낮도 잊은 채 지갑도 잊은 채 짝 안 맞는 양말로 산책길을 떠남에 으뜸 가는 순간은 멋진 책을 읽다 맨 끝장을 덮는 그때 - 이를테면 <봉별기>의 마지막 장처럼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 굽이 뜨내기 世上 그늘진 心情에 불 질러 버려라"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 출처 genie


천천히 가사를 읊조리다 글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한다

작사가를 검색해 본다

여행 에세이 장연정 작가님의 "밤과 노래"라는 음악 에세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총 4파트의 목차(밤과 일상, 밤과 여행, 밤과 사랑, 밤과 위로) 중 밤과 위로 파트에 담겨있다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치유의 목적으로 글을 썼다고 하니 잠 못 드는 가을밤이 두려운 분들은 한 번쯤 읽어 볼만도 하겠다.


" 그 누구도 깨어 있지 않을 것 같은 늦은 밤, 홀로 깨어 있는 당신을 위로하는 심야 라디오 같은, 포근한 침대 같은 한 권의 책이다." - yes 24




#1. 밤낮도 잊은 채 지갑도 잊은 채 짝 안 맞는 양말로...

무얼 한다고 저리 정신이 없을까?

아마도 독서의 여행길이 아닐까 그 의미를 부여해 본다

그 여행길의 즐거움에 포옥 빠진 감정을 어쩌면 저렇게 표현했을까?  

특히 짝 안 맞는 양말이라니!  감동이다

나는 아직 짝짝이 양말을 신어본 적이 없다.  독서의 진정한 즐거움에 아직 포옥 빠지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2. 으뜸 가는 순간은 멋진 책을 읽다 맨 끝장을 덮는 그때...

밤낮도 잊은 채 지갑도 잊은 채 짝 안 맞는 양말인 채로 신나는 독서 여행의 마무리를 표현한 듯하다

음~ 뭐랄까?

완독 후 의 자기 만족감?  아님 책에서의 배움, 깨달음, 챌린지 목표 달성 등...

무튼 나에게 독서의 맨 끝장이란 반전 또는 바닥으로 가라앉는 듯한 깊은 여운이다.

  

#3. 이를테면 봉~별기의 마지막 장처럼...

봉별기는 작가 "이상"의 자전적 1인칭 시점의 이야기 글로 그의 마지막 단편소설이다


-"스물세살이요 - 3월이오 - 각혈이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은 -"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 질러 버려라 운운"-으로 끝을 맺는다


가을방학의 "속아도 꿈결"에 나오는 가사 일부를 봉별기의 마지막 문장에서 따 온 것이다


' 밤은 이미 깊었고 우리 이야기는 이게 이 생에서의 영 이별 이라는 결론으로 밀려갔다. 금홍이는 은수저로 소반 전을 딱딱 치면서 내가 한 번도 들은 일이 없는 구슬픈 창가를 한다.


-"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 질러 버려라 운운"-


밴드 "가을방학"이 봉별기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궁금해진다

노래로 듣던 가을방학의 "속아도 꿈결"과 소설로 읽던 봉별기의 "속아도 꿈결"의 결이 다름이 느껴지기는 한다.

하지만 굳이 사족을 달 정도의 다름은 모르겠다


"봉별기" 그리고 "가을방학"


"멋진 책을 읽다 맨 끝장을 덮는 그때"를 마치 봉별기의 마지막 장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이라고 하였으니 후자를 이야기의 백미로 느꼈었나 보다.




선선한 바람을 앞세워 산천이 추색으로 깊어가는 지금... 독서에 어울리는 가을 bgm은 "속아도 꿈결"이다.


전화가 오는가 보다.


♪산책이라고 함은 정해진 목적 없이♪~~~나의 까망이 폴더블 액정이 빠알갛게 물들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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