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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 Oct 17. 2022

우리의 인연이란?

들어는 봤수?  일삼패밀리라고.

"축하합니다~~"

짠~~~

꼬신내가 진동하는 동네 막창집에는 오랜만에 모인 우리네가 마음을 모아 술잔을 부딪히고 있다

토요일 저녁의 막창집은 우리를 포함해 여러 손님들로 왁자지껄 하다

그중에 우리는 단체 손님 격이었다.  삼삼오오가 아닌 무려 7명이나 있었으니 말이다.

"건호 아빠의 브런치 작가 합격을 축하합니다"로 우리의 술자리는 시작되었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직접 언급을 안 했음에도 아내에게 며칠 전 들은 소식이라며 이렇게 귀한 시간과 자리를 마련했으니!

조금은 쑥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름 곁을 나눈다고 생각하는 좋은 사람들인데 내 입으로 직접 얘기를 못한 미안함이랄까!

하지만 브런치 합격 당시 내 마음은 이랬다.

"나는 너무 좋은데... 이웃들에게 너무 좋은 티를 내는 건 아닌지" 그래서 조심스러웠다

이 자리를 빌어 양해를 바라는 맘이다




2015년.

우리는 처음 만났다

초등학교 1학년 3반에 입학한 아이들을 두고 있는 학부모의 입장으로서...

처음의 그 모습은 흡사 낯선 환경에 홀로 서기를 시작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도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처음이라는 어색함도 잠시, 1박이라는 시간은 서로를 알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우리의 인연도 어느듯 8년을 달려왔다

그동안 아이들은 소년, 소녀에서 제법 어른 티가 나는 중2가 되었다

중학교를 입학하며 따로 떨어져야 하는 아쉬움도 겪었지만 학원이나 운동 등의 공통분모를 계속 유지하며 우정을 나누고 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고맙기만 하다

아이들의 변치 않는 우정에 대하여 부모들의 동상이몽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의  우정이 깊어가는 만큼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 부모들의 마음 또한 깊어 갈 것이기에~


인연의 처음은 서로의 필요에 의했지만 지금은 끊지 못할 소중한 인연이 되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가며 확립될 가치관과 그에 맞는 인간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의 인간관계에서 우리 부모들의 인연을 연관 짓는 우(愚)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우정이 소중한 만큼 우리 부모들의 인연 역시 소중하기 때문이다




익어가는 술자리에 중학교 친구이자 ㅇㅇ네 아빠가 사진작가에 대하여 묻는다


"브런치에 사진작가들도 많이 활동하니?  수준은 어느 정도 되면 가능할까? 등등


생각해보니 그 친구는 아이들 어릴 적부터 동영상이나 사진 등을 즐겨 찍었었다

취미이자 특기인 셈이다

다만 나와 같은 처지의 평범한 월급쟁이다 보니 그 뜻을 펼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부디 그날의 대화에서 가졌던 뜨거움을 가슴 깊이 느끼어 훌륭한 브런치 사진작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들어는 봤수?


"일삼패밀리!"라고


만나면 만날수록 선한 에너지를 주고받는 우리 아이들과 엄.빠들의 모임이다

그 고마운 인연에 감사한 맘을 다시 한번 전한다


피천득의 인연이 생각난다

우리의 일삼패밀리는 "어리석고 보통 사람의 인연이 아닌 부디 현명한 사람의 인연이 되었으면 한다"

어색하게 찾아온 인연을  좋은 인연으로 만들어 가는것! 이것이 우리 일삼패밀리의 현 주소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의 우정과 엄.빠들의 인연을 이 잔에 모두 담아 건배 제의를 하겠습니다"


일삼패밀리의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불콰해진 얼굴로 웃음을 던지며 잔을 기울이던 토요일 저녁이다.


인연은 우연이 아니다
이 만남을 위해 우리는 오랜시간 서로를 향해 마주 걸어오고 있다 - 박노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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