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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 Nov 07. 2022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숫자

우리의 뇌에 하나의 정답은 없을 것이다.

1

11

12

1121

122111

112213

12221131

1123123111

?(맞춰 보세요^^)


#.개미 수열


한때 IQ 테스트를 떠나 멘사 시험문제라며 몇 날 며칠을 고민케 했던 숫자들이다

소설 개미를 읽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문제의 이치를 알고 난 뒤 찾아온 허무함에 피식 웃음이 터졌었다

기필코 문제를 풀어 스스로 천재라는 것을 입증하고야 말겠다던 며칠 전의 다짐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 마음을 들킬세라 달아오른 얼굴을 눙치느라 전전긍긍했었던 숫자들이다




142857*1=142857

142857*2=285714

142857*3=428571

142857*4=571428

142857*5=714285

142857*6=857142

이렇듯 언제나 똑같은 숫자들이 자리만 바꿔가며 나타난다

그럼 142857*7=?(맞춰 보세요^^)


#.142857에 대하여


산수부터 수학까지 숫자라면 무조건 싫어라 하던 나로서도 너무 재밌고 신기한 숫자들이었다

이런 공식을 알아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호기심이 생길 정도였으니까

142+857=?

14+28+57=?

142857의 제곱은 20408122449이다

여기서 20408+122449=?

할 말이 없다. 정말 신기하다

단순한 숫자 놀음일 수도 있겠지만 숫자에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마치 신세계를 접한 듯한 숫자들이었다


#.성냥개비 6개로 정삼각형 4개를 만들어 보세요


오래전 시트콤인 순풍산부인과에서도 보았다

김찬우와 백영규가 성냥개비 6개로 정삼각형 4개를 만들던  두뇌게임이었다

결국 성냥개비를 위로 올려 3D 정사면체 모양으로 배치하면서 김찬우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 문제는 신기함을 떠나 사물을 상상으로 보게끔 하는 힘을 키워 주었다




개미라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이런류의 숫자 맞히기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개미랑 숫자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라고 생각했었기에 책에서 논한다는 게 필연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의 끝에서 작가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상상력의 한계)에서 우리에게 사고의 정답이 아닌 해답(상상력)을 보여주려 했던 게 아닐까란 이해를 말이다


지금의 우리는 보통의 사고에서 살고 있다

상상력이 필요 없는 일상과 깊은 고민을 마다하게 하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타인과 비슷한 그저 그런 정도의 감정과 사고만으로 연속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뇌는 훈련이 필요하다

온몸으로 느끼는 감각의 정도가 하루, 이틀, 한 달, 일 년이 지나는 동안 비슷하다면 뇌는 더 이상의 사고를 하지 않는다

익숙한 감각의 환경 속에서 스스로 무뎌짐을 모른 채 무뎌지는 것이다


상상할 줄 모르는 뇌는 그저 숨 쉬는 단백질 덩어리라고 한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며 만족하는 뇌는 서서히 죽어간다고 한다

우리의 이기적 유전자 조차도 어찌할 도리 없이 자신의 숙주가 죽어가는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 없다고 한다


우리의 뇌는 2차원 평면을 3차원 공간으로도 볼 수 있어야 하고 숫자에 대한 정답도 여러 상상력으로 풀이해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성장하는 뇌는 평면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사고를 하는 뇌다


"상상은 하되 답을 찾으려 하지 마라.

우리의 세상에 정답이라는 것은 없다"


정답은 우리의 뇌가 상상하는 데로 바뀌어짐을 인정해야 한다

즉, 창조적 DNA를 가진 뇌는 한 가지 정답이라는 프레임을 가지지 않고 여러수십, 수백 개의 정답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베르나르베르베르의 뇌를 읽으며 오랫동안 쳐 박혀 있던 개미를 끄집어내어 본 주말.

간만에 재밌는 숫자놀이에 빠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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