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전화기와 고객 순번기의 기계적 알림만이 고객들의 심정을 토로하 듯 연신 울려대고 있다
연일 오르는 금리로 고객과의 접점이 많아진 만큼 정신적 감정 소모가 심해지는 요즘이다
점심을 먹고 나니 온 몸에 피곤함이 몰려든다
잠시 쇼파의 폭신함에 기대어 본다
지는 해가 어렴풋한 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다가오는 어느 작은 바닷가 방파제.
바글바글 거품을 문 하얀 포말이 만들어지는 바다를 오도카니 서 바라보고 있다.
포말은 테트라포트에 부딪히며 부서지기를 반복한다.
한가로운 일요일 저녁이다
해는 수평선 너머에 걸려 녹아내릴 듯 일렁이며 검붉게 파도치고, 일찌감치 조업을 시작한 오징어 배는 저 먼 어둠 끝에서 한 줌의 광을 달랑거리고 있다
저녁의 바다 내음이 향긋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비렸다. 하지만 마음이 한가로워서 그런지 그 비릿함도 향기롭게 느껴진다.
오가는 사람 없는 방파제에 그렇게 서 있다
평상의 일요일 저녁이었다면 내일 출근할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질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검붉어져 가는 먼바다를 오도카니 바라만 볼뿐이다
약속한 시간도 없이, 약속한 사람도 없이 그저 그렇게~~
마치 브리다처럼...
저녁노을을 바라보고 있자니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해가 지려면 아직 한 시간 정도 남았고 브리다는 말할 것도, 묻고 이야기할 것도 많았다. 그녀는 무언가를 바라보며 가만있을 때마다 해야 할 일과 만나야 할 사람을 내동댕이쳐둔 채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언제나, 시간을 좀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았다. 그런데 태양이 지평선 가까이 내려올수록 , 구름이 황금빛 광선과 장밋빛으로 물들어 갈수록, 브리다는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왔던 것이 이렇게 하루쯤 앉아서 저녁노을을 감상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려 바닷물까지 데리고 가더니, 아무 말 없이 물속에 풍덩 집어넣었다. 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곧 이것이 아버지의 장난이라는 걸 알고 재미있어했다. “물이 어떠니?” 아버지가 물었다 “좋아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래. 이제 앞으로 뭔가를 알고 싶으면 그 안에 푹 빠져보도록 해.” - 파울로 코엘료 [브리다]
소설 속 브리다가 느꼈던 감정이 이런 걸까?
분명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뭔가를 알 것 같은 내면으로의 빠짐
마치 브리다의 소울메이트라도 된 듯 격한 감정에 휩싸이며 온몸에 전율이 감돈다
스무 살 브리다가 나에게 묻는다
당신은 이번 생에서 무엇을 찾고 있나요?
음~~~ 나는 과연 무엇을 찾아 살아가고 있을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잃었다
하지만 이내 브리다에게 답을 한다
"나는 경제적 자유를 원한다오! 이 지긋지긋한 직장을 때려치우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브리다에게 그렇게 답은 했지만 그 답에 대한 실천의 두려움은 숨기지 못했다.
정말 직장을 때려치울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브리다는 나의 두려움을 눈치챈 듯 이렇게 말해준다
멈춰져 있는 시계조차 하루에 두 번은 시간을 맞추듯, 내 인생에서 찾고자 하는 것에 대한 선택에 두려움을 버리고 찾아보라고 한다. 실수를 감당할 용기만 가지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