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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ON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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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 Nov 09. 2022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당신은 이번 생에서 무엇을 찾고 있나요?

하루하루가 금리와의 싸움이다

오늘도 마찬가지.

사무실 전화기와 고객 순번기의 기계적 알림만이 고객들의 심정을 토로하  연신 울려대고 있다

연일 오르는 금리로 고객과의 접점이 많아진 만큼 정신적 감정 소모가 심해지는 요즘이다

점심을 먹고 나니 온 몸에 피곤함이 몰려든다

잠시 쇼파의 폭신함에 기대어 본다




지는 해가 어렴풋한 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다가오는 어느 작은 바닷가 방파제.

바글바글 거품을 문 하얀 포말이 만들어지는 바다를  오도카니 서 바라보고 있다.

포말은  테트라포트에 부딪히며 부서지기를 반복한다.


한가로운 일요일 저녁이다

해는 수평선 너머에 걸려 녹아내릴 듯 일렁이며 검붉게 파도치고, 일찌감치 조업을 시작한 오징어 배는 저 먼 어둠 끝에서 한 줌의 광을 달랑거리고 있다


저녁의 바다 내음이 향긋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비렸다. 하지만  마음이 한가로워서 그런지 그 비릿함도  향기롭게 느껴진다.

오가는 사람 없는 방파제에 그렇게 서 있다


평상의 일요일 저녁이었다면 내일 출근할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질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검붉어져 가는 먼바다를 오도카니 바라만 볼뿐이다

약속한 시간도 없이, 약속한 사람도 없이 그저 그렇게~~


마치 브리다처럼...


저녁노을을 바라보고 있자니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해가 지려면 아직 한 시간 정도 남았고 브리다는 말할 것도, 묻고 이야기할 것도 많았다. 그녀는 무언가를 바라보며 가만있을 때마다 해야 할 일과 만나야 할 사람을 내동댕이쳐둔 채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언제나, 시간을 좀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았다. 그런데 태양이 지평선 가까이 내려올수록 , 구름이 황금빛 광선과 장밋빛으로 물들어 갈수록, 브리다는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왔던 것이 이렇게 하루쯤 앉아서 저녁노을을 감상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려 바닷물까지 데리고 가더니, 아무 말 없이 물속에 풍덩 집어넣었다. 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곧 이것이 아버지의 장난이라는 걸 알고 재미있어했다.
“물이 어떠니?” 아버지가 물었다
“좋아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래. 이제 앞으로 뭔가를 알고 싶으면 그 안에 푹 빠져보도록 해.” - 파울로 코엘료 [브리다]


소설 속 브리다가 느꼈던 감정이 이런 걸까?

분명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뭔가를 알 것 같은 내면으로의 빠짐

마치 브리다의 소울메이트라도 된 듯 격한 감정에 휩싸이며 온몸에 전율이 감돈다


스무 살 브리다가 나에게 묻는다

당신은 이번 생에서 무엇을 찾고 있나요?

음~~~ 나는 과연 무엇을 찾아 살아가고 있을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잃었다


하지만 이내 브리다에게 답을 한다

"나는 경제적 자유를 원한다오! 이 지긋지긋한 직장을 때려치우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브리다에게 그렇게 답은 했지만 그 답에 대한 실천의 두려움은 숨기지 못했다.

정말 직장을 때려치울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브리다는 나의 두려움을 눈치챈 듯 이렇게 말해준다

멈춰져 있는 시계조차 하루에 두 번은 시간을 맞추듯, 내 인생에서 찾고자 하는 것에 대한 선택에 두려움을 버리고 찾아보라고 한다. 실수를 감당할 용기만 가지라고 한다

잘못된 인생이라도 그 안에 답이 있고 그 답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울리는 전화벨에 잠을 깨어 쇼파 깊숙이 박혀 있던 몸을 빼낸다

직장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상상을 하는 것은 언제나 짜릿하다

즐거운 상상에서 현실로 돌아왔을 때의 괴리감은 경제적 자유에 대한 갈망을 더욱더 부추긴다

하지만 브리다의 노을 속 바다를 즐길 하루쯤은 나도 가질 자격이 있지 않을까?


남을 위한 노동이 아닌 나를 위한 노동을 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시간에 하며 돈을 벌고 싶다

노동에서 자유로울 선물 같은 그날을 재촉해 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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