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글을 쓴 이유
여기에 연재한 글은 콘텐츠전송서비스(Content Delivery Network, CDN) 전문기업 씨디네트웍스(CDNetworks)의 창업부터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10여 년간의 기록이다.
씨디네트웍스는 특이한 회사다.
2000년에 닷컴 버블이 꺼지며 벤처들이 문을 닫을 때 엔지니어도 없이 본인들도 처음 들어본 IT서비스를 하겠다고 창업했다.
기술은 돈 주고 사면 되는 줄 알았다가 사기를 당해 자본금을 거의 까먹었다.
그런데도 서비스 론칭도 하기 전에 펀딩을 받고 업계 1위라고 소문이 났다.
온라인게임 시장을 싹쓸이하면서 진짜로 1위가 됐고 이러닝 시장까지 싹쓸이했다.
창업 다음 해부터 매년 100%씩 성장했고 5년 만에 코스닥 상장도 했는데, 성장이 멈출까 봐 경험도 없이 해외사업을 강행했다.
해외사업도 잘 돼서 서비스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나스닥에 가겠다고 코스닥 자진상폐를 하고 글로벌펀드로부터 1억 달러 투자까지 받았다.
그런데, 지금 그 회사는 더 이상 한국기업이 아니다.
한국기업으로 출발해서 미국 회사가 되었다가 일본 기업에 팔리고 이제는 중국 기업이 100% 소유하고 있다.
우리는,
초기 10년간 많은 성과를 이뤘고, 단순히 실적이 좋은 회사를 넘어 위대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나중에 우리를 차지한 일본의 대기업과 중국 회사도 놀라고 탐내었던 글로벌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End to End 프로세스와 정교한 시스템도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많은 성과와 산출물을 담아 오래도록 지켜갈 그릇을 만들지 못했다.
10년이 넘게 치열하게 쌓아왔던 그 모든 것들은 지배주주가 바뀌고 사람들이 떠나면서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이제 아무도 우리의 성취를 기억하지 않는다.
이 글은,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 Layoff를 단행한 직후인 2012년 무렵에, 언젠가 우리가 이루었던 모든 것들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써 내려갔던 원고들이다. 그리고 10년간 내 PC에 저장되어 있었다.
지금 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는 이유는,
더 이상 아무도 기억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한때 존재했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노력했고 성취했었다'는 기록을 세상에 남기고 싶어서다.
PS) 실명이 거론된 분들께는 10여 년 전 당시 글을 쓸 때 취지를 설명하고 자료 협조도 요청했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여기에 연재한 글에 불만이 있으신 분들께는 사과드리며, 꼭 연락하시라. 덕분에, 오랜만에 추억을 안주삼아 소주잔 기울여 봅시다.
1편 - 한국 최초의 CDN 전문기업 씨디네트웍스 탄생의 비화
3편 - 통신 3사의 공동 투자, 첫 번째 그림의 완성
7편 - 온라인게임 5개사 수주, 시장 개척을 통한 진정한 1위 도약
8편 - 국내 최초, 어쩌면 세계 최초 HD 고화질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13편 - 맨주먹으로 동경에 서다, 일본법인 설립 - 1
14편 - 맨주먹으로 동경에 서다, 일본법인 설립 - 2
18편 - 해외사업을 넘어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한 조직개편 - 1
19편 - 해외사업을 넘어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한 조직개편 - 2
20편 - 글로벌 조직 운영을 위한 과감한 결단, Global PI Project
에필로그 - 내가 이 글을 쓴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