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자 마지막 Layoff
2001년 첫 매출을 기록한 이래 매년 큰 폭의 성장을 거두며 코스닥 상장, 해외사업 진출, 글로벌 기업으로의 조직 개편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많은 성공을 거두며 10년간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이대로라면 나스닥 상장도 꿈만은 아닌 듯 보였다.
2010년 5월 27일. 창립 10주년 기념식을 오크밸리에서 1박 2일에 걸쳐 진행했다. 참석한 모든 임직원들은 감격에 젖었다. 창립 후 온갖 어려움을 패기와 열정으로 극복해 왔던 초기 시절부터 코스닥에 상장하고 해외사업을 하면서 글로벌로 확장해 나가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생존을 걱정하던 어렵던 시절을 보내고 어느덧 서비스 매출 1,000억에 아시아, 미주, 유럽에 해외법인을 두고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왔니 감개무량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를 축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010년 6월 15일. 이사회에서 난리가 났다.
2007년 말 우리는 진정한 Global CDN 사업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업시장을 위한 신기술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대규모 펀딩을 결정했었다. 그리고 Oak, Goldman Sacks, 신한 등이 1억 불을 투자하면서 3개 펀드의 지분율 합이 60%를 넘어 사장님을 제치고 지배 주주가 되었다. 그런데 펀딩 당시 제시했던 매출 성장 및 이익 확대 전망과 달리 매출 성장은 정체되고 영업이익도 갈수록 적자폭이 커지자 경영진에 대한 심한 질책이 쏟아진 것이다.
지난 10년간 성장을 거듭하고, 2005년 일본법인을 시작으로 중국, 미국으로 해외사업을 확장하면서 자신감이 넘쳐 장밋빛 미래만을 꿈꾸고 있던 경영진들도 이사회 직전에 나온 상반기 실적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성공에 취해 방심한 사이 회사의 경영상태는 급속히 악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영업 부진으로 인한 매출 정체도 문제였지만, 영업이익이 급격히 악화되는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해보니, 2008년부터 미래 기술인 Application Acceleration 개발을 위해 연구소 등 많은 기술인력이 미국법인으로 파견되었고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지 인력을 대거 채용하는 등 미국법인을 포함하여 전반적으로 인건비가 대폭 증가한 것이 영업이익 악화의 주원인이었다.
다른 비용을 절감하여 영업이익을 개선할 수 있을지 검토해 봤지만, 네트워크 비용과 인건비가 전체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아무리 줄여봐야 영업이익을 크게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트워크 비용을 줄이는 것은 서비스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영업이익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했다. 그리고 인건비를 대폭 줄이기 위해서는 Layoff를 통한 구조조정이 가장 현실적인 답이었다.
경영진은 다른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며 회의를 거듭했지만,
숫자로 나타난 지표는 명확했다.
2009년 연간 적자 110억에 이어 2010년에는 상반기에만 적자가 이미 100억에 육박하고 있었다. 추가적인 비용 지출 없이 하반기 매출이 20% 이상 증가하거나 매출액 대비 50%를 차지하는 네트워크 비용을 20% 줄일 수 있다면 하반기에 100억 이익을 내서 연간 영업이익을 플러스로 전환할 수 있겠지만, 모두 현실성이 없는 얘기였다. 숫자만 놓고 보면 매출액 대비 30%에 해당하는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답이었다.
단기적으로 인건비를 최소한 20% 줄여야 한다는데 모든 임원들이 동의했다. 문제는 방법이었다. 전 직원의 급여를 20% 깎을 것인지 20%의 인력을 Layoff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어느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생존을 걱정하던 시절 몇 년 동안 직원들의 연봉을 조금이라도 올려주기 위해 임원의 연봉을 삭감하고 팀장들의 연봉을 동결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벤처 창업 초기였기 때문에 특히 조직장들은 생존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연봉 삭감도 불사했고 그것이 큰 도움이 되었지만, 2010년에는 상황이 달랐다. 임원들의 연봉을 삭감한다 해도 영업손실액 대비 금액이 크지 않아 영업이익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모두 한 배를 탄 동료들이니 어려움도 똑같이 나누어야 한다는 주장과 일괄 삭감은 모든 직원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핵심인력들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려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 사이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연봉 삭감이 아닌 인원수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회사가 위기를 극복하고 신기술과 운영 효율화를 통해 재정여건이 좋아지면, 감원했던 인력들을, 그들이 희망한다면, 다시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냐는 희망을 가지고 후자를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곧이어 각 Function별로 20%의 인원을 감원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모든 조직장들은 창립 이래 가장 힘든 몇 달을 보내게 되었다.
뼈아픈 구조조정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재정상태를 조기에 개선하기 위해 Cost Reduction Project도 동시에 착수하기로 했다.
COO를 맡고 있던 김형석 부사장이 직접 Project Head가 되어 총 11가지의 Action Plan을 마련하고 매주 회의를 통해 실적을 체크해 나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프로젝트 착수 3개월 만에 월 1.8억의 비용 절감 외에도 관련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가슴 아픈 Layoff와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 덕분에 다행히 2011년 하반기부터 월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고, 2010년 출시한 DWA(Dynamic Web Acceleration) 서비스의 완성도가 높아져감에 따라 삼성전자 등 대기업 고객의 매출이 증가하게 되었다. 이는 국내에서 가격경쟁이 심화되던 2007년에 온라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박리다매 전략에서 대기업 중심의 高마진 전략으로 전환하기 위해 대규모 펀딩 및 기술 개발을 결정했던 전략이 적중한 결과였다.
모두의 노력 덕분에 놀라운 결실을 얻게 되었다.
2010년 Layoff 이후, 2011년에는 기존 닷컴 고객 중심에서 대기업 고객 중심으로의 매출구조 전환으로 인해 매출총액은 줄었지만 하반기부터 월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되었고, 2012년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고를 기록하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기업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태동기를 거쳐 성장, 성숙, 노화의 과정을 겪게 마련이다.
씨디네트웍스는 그 당시 아직 성장의 단계에 있거나 성장과 성숙의 중간쯤에 걸쳐 있었던 것 같다.
성장에는 성장통이 따른다.
씨디네트웍스도 예외 없이 급격한 성장에 따른 성장통을 겪었다. 그 고통은 많이 아팠지만, 다행히도 그 아픔을 잘 견디어내고 한동안 다시 성장을 이어갔다.
-- 끝.
1편 - 한국 최초의 CDN 전문기업 씨디네트웍스 탄생의 비화
3편 - 통신 3사의 공동 투자, 첫 번째 그림의 완성
7편 - 온라인게임 5개사 수주, 시장 개척을 통한 진정한 1위 도약
8편 - 국내 최초, 어쩌면 세계 최초 HD 고화질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13편 - 맨주먹으로 동경에 서다, 일본법인 설립 - 1
14편 - 맨주먹으로 동경에 서다, 일본법인 설립 - 2
18편 - 해외사업을 넘어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한 조직개편 - 1
19편 - 해외사업을 넘어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한 조직개편 - 2
20편 - 글로벌 조직 운영을 위한 과감한 결단, Global PI Project
21편 - 처음이자 마지막 Layo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