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뉴스라서 시청자도 당황스러운 전설의 방송사고
2007년 7월 2일 일어난 KBS 뉴스12의 전설적인 방송사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방송이 시작되었다. 사건은 35분경에 일어났다. 간추린 주요 뉴스가 끝나고 이어진 지역 네트워크 시간, KBS 대전과 연결됐고 앵커가 뉴스를 소개한 뒤 취재기자와 연결되었는데...
이정은 기자 :...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되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김동진 기자!
김동진 기자 : 왜?
이정은 기자 :... 협상이 결렬된 이유가 뭡니까?
김동진 기자 : 몰라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취재기자가 전화로 방송을 송출하려고 유선전화를 연결해 놓고 대기 중이었는데, 방송 중 금기시하는 일이 일어났다. 핸드폰을 꺼놓지 않았던 것.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는데, 하필 그때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고, 앵커의 질문과 취재기자가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음성이 절묘하게 타이밍이 맞으면서 그 소리가 유선전화를 통해 전국방송으로 중계된 것이다.
2001년 케이블방송 한국경제TV에서 강기수 앵커와 대신증권 나민호 팀장이 '심층분석 내일의 투자 전략'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날아들어온 파리가 나민호 팀장의 눈 밑에 앉으면서 입을 꽉 깨물고 참으려던 노력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앵커가 나름 수습하려고 한 말이 오히려 기름을 끼얹고 말았다. "나라의 경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파리가 앉았습니다."
카메라가 다시 나팀장을 비추었고 군대에서 맞은 생각을 하며 웃음을 참으려 노력한 보람도 없이 둘 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았고, 결국 응급 VCR 화면이 돌아갔다.
당시 담당 PD가 VCR이 돌아가는 도중에 들어와서 "당신들, 나랑 같이 죽자"라는 말을 했다고..
이후 강기수 앵커는 해고당하고 5년간 방송이 금지되었다는 루머가 돌았지만, 나중에 본인이 직접 그런 일은 없었고 아무런 불이익은 없었다고 밝혔다.
1988년 8월 4일 밤, 저녁을 먹고 가족들과 함께 MBC 9시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강성구 아나운서가 서울의 지하철 요금을 인상한다는 뉴스를 소개하고 있을 때였다. 어떤 사람이 너무나 태연하게 아나운서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뭐라고 외치는 게 아닌가..
"귓속에 도청 장치가 들어있습니다 여러분! 귓속에 도청 장치가 들어있습니다!"
나와 우리 가족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이게 무슨 상황인가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방송사고라는 것을 알았다. 내 눈으로 처음 본 방송사고였다.
나중에 밝혀진 것인데, 그 청년은 당시 24세의 '소창영'이라는 젊은이였고, 공장에서 근무하던 때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축구를 하다가 축구공에 맞아 고막이 파열되어 늘 귀에서 "삐~" 하는 이명이 들렸고, 이로 인해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도청장치를 귀에 심어놓았다는 망상에 시달렸다고 한다.
2022년 12월 31일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전하는 뉴스 생방송 도중, 사심 가득한 생방송 고백 사건이 벌어졌다.
보신각 현장에서 새해를 맞는 카운트다운을 본인이 직접 육성으로 마친 문상 기자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고백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실만을 쫓겠다던 저는 이제 당신을 쫓고 싶습니다.
저의 평생 데스크(?)가 되어 주십시오. 정새미나 아나운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의 데스크가 되어 주십시오. 저는 오늘 하루는 문상 기자가 아닌 한 남자인 문상으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대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정새미나 아나운서~~"
당황한 카메라 기자가 카메라를 들어 보신각을 클로즈업해보지만, 이미 문상 기자의 고백은 생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된 이후였다.
정새미나 아나운서와 문상 기자가 이미 사귀는 사이였는지, 방송이 끝난 후에 고백을 받아줬는지는 모르겠으나, 스튜디오의 정새미나 아나운서는 "잠시 현장 연결이 고르지 못했던 점 시청자 여러분께 양해의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것으로 오늘의 뉴스를 마칩니다."라는 멘트로 마무리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는 실제 상황이 아닌 연출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상 기자의 정체는 개그맨 문상훈으로, 다른 개그맨들과 함께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를 운영 중이다.
'방송은 다 짜여진 각본이다'라는 말이 있다.
대본 없이 대충 하는 것 같은 예능도 사실은 치밀한 기획구성안을 들고 짜인 각본대로 하는데,
신뢰가 생명인 보도방송은 조사 하나만 틀려도 의미 전달이 달라질 수 있기에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하지만, 긴장감 넘치는 생방송 뉴스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실수가 벌어질 수 있고, 어쩌면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방송에서 어쩌다 생긴 것이기에 레전드가 되는 것이리라.
당사자는 물론 보는 시청자도 가슴이 철렁하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한번 웃고 가게 된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