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파트너는 김순경으로 결정됐다. 현장이란 전쟁터에서 오늘 나의 뒤를 지켜 줄 동료이다.
지구대 상황 데스크
최근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 관련하여 사회적논쟁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흉악하다고 한다.
따라서 촉법소년제도를 폐지하거나 성년자와 동일한 형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대한민국의 청소년 선도 제도에허점이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제주도 촉법소년 차량 절도 사건', '수원 10대 청소년 여성 상대 연속 폭행 사건', '고교생 여교사 화장실 몰카 설치', '청소년, 40대 여성 변태 성폭행 사건' 등. 외에 각종 이륜차 교통 법규 위반, 폭행, 갈취, 절도, 성매매 알선 등 범죄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모든 청소년이 일탈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 범죄에 관한 신고가 증가하고 있으며, 단순 일탈 행위부터 강력 범죄까지 범죄의 종류가 다양하고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언론에서 발표하는 바와 같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현재 청소년보호에 관한 사회적 시스템과 법, 제도에 문제가있다는 것 아닌가?
※ 신고번호는 저자가 임의로 부여했음을 알립니다.
112 신고 No. 0907 [청소년들이 단체로 싸운다.]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다.
경찰관이 있든 없든 그들에게는 중요치 않다.
처벌을 받지 않거나 가벼운 보호 처분이 그들을 지켜 주고 있으므로......
"누가 경찰 불렀어!", " 야! 이거 놔! 짜증 나네!"
"학생, 진정해. 내가 이야기 들어줄게"나는 달래듯 말했다.
"나 학생 아닌데?", "듣긴 뭘 들어" 우두머리로 보이는 청소년이 조롱하듯 말했다.
주변에 있는 무리들이 키득거리며 웃는다.
사건 관련자는 총 11명이다.
이와 같은 다중 폭력 사건은 신속하게 무리별 분리하는 것이 먼저다. 그러나 첫 단계부터 쉽지 않았다.
"야! 경찰이 왔어! 짭새가 왔다고!"
"하! 하! 하! 얘 잡아가세요" "쟤도 잡아가고!"
조롱 섞인 어투로 경찰관의 신경을 긁었다.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이들의 큰 소리와 거친 행동은 상황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함이고, 또한 두려움을 숨기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행동은 경찰관에게 부담감을 주어 정상적 판단을 흐리게 한다.
경찰관의 현장 장악을 방해하는 일종의 수법이다.
주인이 목줄을 잡아 뒤엉킨 개들을 떨어뜨리듯, 나도 달려드는 녀석의 윗옷을 잡고 뒤로 물러서게 했다.
그러고 나서 반대편을 봤다.
옷에 오물이 묻어있고 얼굴에 상처가 있는 청소년이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나는 그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봤다. 그러나 그는 눈을 피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가해자를 지목하지 않고 피해 사실도 진술하지 않는다. 사실대로 말하면 더 큰 보복을 당할까 봐 무서워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청소년 폭행 사건 또는 학교폭력 사건의전형이다.
나는 해당 청소년을 건물 안으로 데려가 안심시키고 당시 상황을 듣고자 했다. 그때 상의를 벗고 문신을 한 청소년이 달려들며 "내가 너 때렸어! 씨발. 너가 나 때렸잖아!"라고 소리쳤다. 이어서 다른 가해자로 추정되는 녀석들이 동조하며 거칠게 다가섰다. 김순경이 빠르게 몸을 움직여 이들의 접근을 막아섰다.
무리 중 한 녀석은 김순경에게 "사장님 비켜요!, 막지 마!"라고 고함쳤다.
이들에게 경찰관은 보이지 않는 듯했다.
가상 이미지
이쯤 되면 마음속에 어느 정도 가해자, 피해자가 구별된다.
8명의 가해자는 머릿수로 피해자를 겁박하고 경찰관의 신경을 건드는 행동과 욕설을 계속했다. 경찰관 앞에서 보란 듯이 담배를 피우며 바닥에 누런 가래를 뱉고 듣기 거북한 말을 한다.
나는 폭행행위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영상기록 장치가 있는지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설치된 CCTV는 없고 목격자도 없다. 피해자로 추정되는 청소년은 명확한 진술을 하지 않는다.
상황은 점점 꼬여가고 나의 인내심도 한계에 부딪히는 듯했다.
때마침 동료 경찰관이 현장 지원해 주었다.
가해 청소년들의 폭행 정황은 분명하다. 하지만 행동 자체를 부인하거나 본인이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이런 경우 현행범 체포하기 어렵다. 더욱이 상대는 미성년자들이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서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니까, 같이 지구대 가서 이야기해 보자."
"왜요? 우리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지구대를 가야 되죠?" 무리 중 한 명이 머리를 치켜들고 말했다.
"네가 말한 것처럼 잘못이 없다면 무엇이 두려워? 거짓말하는 거지?" 나는 그들의 마음을흔들어보려고살짝 도발하듯 말했다.
그때 바닥에 침을 뱉은 다른 녀석이 끼어들며 말했다. "아, 씨발 그래, 우리는 잘못이 없는데 뭐 어때! 가자! 지구대 가자!"
병원에 이송된 3명, 도망한 2명을 제외한 나머지 관련자들을 경찰차에 나누어 태우고 임의동행 방식으로 지구대로 이동했다.
동료 경찰관들은 지구대에 도착하자마자 각자 데려온 청소년을 한 명씩 맡아 진술을 듣고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청소년들은 폭행 상황에 관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해댔다.
나는 상호 모순되는 진술을 확보하고이를 토대로 추궁했다.
드디어 범죄 현장의 큰 그림 및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가해 무리가 주변에 숨어있다가 피해자가 나타나자 단체로 달려들어 쇠 파이프 등으로 무차별 폭행을 한 것이다.
여기까지 밝혀내는 동안 경찰관 6명이 필요했고 다른 112 신고는 즉시 대응할 수 없었다.
(전국의 수많은 현장 경찰관이 비슷한 상황을 겪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엄격한 형사절차 준수가 요구된다. 따라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나와 김순경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이들을 입건했다.
112 신고 No. 1000 [밖이 소란하다.], [집 밖에서 소리는 들리는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추석 연휴 어느 날,
계속되는 112 신고에 나는 지쳐있었다. '제발 더 이상 112 신고 그만 들어와라.' 하늘에 향해 기도했다. 하지만 여지없이 112 신고 접수는 계속됐다.
현장에 도착하여 살펴보니 하늘에서 웃음소리와 욕설이 들려왔다. 빌라 옥상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신고자의 도움으로 빌라 공동 현관문을 열었다.
계단을 오르자 위 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동료는 옥상으로 갔다.
청소년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담배 연기가 어두운 밤과 어우러져 춤을 추고 있었다. 일탈 문화를 즐기고 있는 청소년들….
나는 천천히 바닥을 보았다. 음료수 캔, 담배꽁초 여러 개.
캔을 들어 냄새를 맡았다. '역시...'
소주 냄새가 코 끝에 닿았다.
그들에게 소주, 담배 구입처를 물어보니 집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예상했던 답변이다.)
[청소년보호법 44조에 의해 해당 담배와 술은 폐기 처분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거부하고 항거하는 청소년을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은 입법자가 만들지 않았다. 따라서 무용지물 조항으로 전락한 지 오래되었다….]
이처럼 법의 맹점을 잘 알고 있는 청소년들은 맹렬히 경찰관에게 달려든다.
(난감하다. 성질 같아서는 주먹을 안면에 꽂아 넣고 싶었다….)
나는 그 무리 중 말이 통하는 청소년에게 조용히 자리를 정리하고 귀가하자고 어르고 달랬다.
다행히 그 아이가 친구들을 설득하여 해산하였다.
법과 현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왜 경찰관이 이와 같은 상황에서 처벌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공부만 한 경찰관이라 무서운 거 아니냐."라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다.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니 그렇지. 일일이 답변하기도 귀찮다.)
나와 같이 출동한 경찰관은 전국 선수권대회 1위를 차지한선수 출신 무도 특채 경찰관이다. 무서워서 처벌 없이 해산시키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미래 주역들이 미래가 없는 것처럼행동하는 횟수가 과거보다 많고 흉포화되고 있음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와 국회에서는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하루빨리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가정에서는 '밥상머리 교육'을 해야 한다. 생활 속 예절은 건강한 '상식의 뿌리'이다.
교육현장에서는 적극적으로 규칙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이는 청소년들이 사회의 일원이 되었을 때 적응을 수월하게 할 것이다.
한 번에 청소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청소년 일탈 행위를방관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일탈 행동은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결국 또 다른 고민과 대책을 쏟아내야 한다.
나는 청소년들이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때문에 행동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현재의 어른이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건전한 상식과 행동이 있는 사회의 리더로 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