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알아서 출근

출근을 위한 출근

by 스테파니

신입사원 연수 후, 팀에 배정받고 난 첫 금요일이었다. 공식적으로 그 누구도 토요일날 출근을 해야 한다고 안내를 해주지 않았는데 선배들이 "아 맞다..."라는 식으로 흘리듯이 알려 주었다.

결론적으로 눈치껏 토요일 출근을 해야 하는데, 꼭 나와야 하는 건 아니고 하니 나보고 몰랐다고 하고 나오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알아버린 판국에 마음이 불편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첫 토요 출근을 했던 기억이 난다. 막상 토요일날 출근을 해보니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모두가 출근을 해 있어서, 안 나왔으면 곤란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당시의 토요 출근은 주말에 행사가 있거나, 혹은 너무 일이 많아서 주말에 일하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출근 시간이 9시라도 8시 반에 와서 자리에 앉아있어야 윗사람에게 잘 보이고, 퇴근시간이 되어도 팀장님이 퇴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조건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기 때문에 실제 업무와는 무관하게 보여주기 출근을 해야 했었다. 당연히 토요일 출근을 했다고 야근 수당이나 주말 수당 같은 것을 주지도 않았다.


실제로 일이 많아서 출근한 것도 아니고, 주말은 주말이다 보니 토요일 사무실 분위기는 평일과는 사뭇 달랐고 다들 살짝 들떠서 시끌 시끌하고 막상 일은 별로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주말 출근자들의 머릿속에 0순위로 있는 것은 언제 퇴근을 할까였기 때문에 일에 집중이 될 리가 없었다. 공식적으로 토요일날 출근을 하라고 지시가 있진 않았지만 암묵적인 압박에 출근을 하고, 막상 퇴근도 원하면 일찍 할 수도 있었지만 눈치가 보여서 다들 긴장을 하고 있었다. 토요일날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공식적으로 퇴근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4시였는데 사실상 그전에 퇴근을 하는 것도 가능해서 다들 기회를 엿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후가 되면 하나둘씩 사라졌고, 가장 선호되는 방법은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지 않고 남들 눈을 피해 퇴근하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토요일도 구내식당이 운영을 했었다. 토요일은커녕 금요일만 돼도 텅텅 비고, 가끔은 개미 한 마리 안 보이는 지금의 나의 회사 사무실과는 매우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용기가 없는 자들은 오후 4시까지 참고 견뎌야만 했었다. 정말 끔찍하게 비효율적이었다.


네시가 되면 이제 드디어 주말이었고, 자유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네시가 되면 퇴근을 하지 않고 1층 로비로 내려와서 탁구대를 펼치고 탁구를 치시는 분들이 꽤 있었다. 왜 빨리 회사를 떠나지 않고 탁구를 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당시 그분들에게는 아마도 너무나도 자유가 부족하던 그 시절 토요일 오후 4시에 탁구를 치는 것이 일주일에 아주 달콤한 순간이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태어나서 첫 토요 출근을 했던 때는 춥고 우울했던 어느 1월의 날이었다. 삭막한 사무실에서 아직 할 일도 딱히 없었던 신입사원은 어색하고 불행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뒷자리에 앉아 계시던 다른 팀 과장님이 뒤돌아서 나에게 호빵을 하나 건네어주셨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호빵을 잊을 수가 없다. 따뜻하고 맛있고, 너무 감동적인 호빵이었다. 특히나 그 당시엔 외진 상암에서 십리길을 걸어 나가지 않는 이상 호빵 따위 구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그 호빵은 과장님이 집에서부터 가지고 오신 호빵 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잘 상상이 안 가겠지만 회사 주변에 편의점 하나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이 귀중한 호빵이었다.

호빵은 너무 맛있었고, 아직도 나는 그 과장님의 이름과 호빵을 잊지 않고 살고 있다.

잘 지내시나요 과장님!!!


그러고 보니 곧 호빵의 계절이 아닌가.

조만간 모락모락 김 나는 호빵과 함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업무를 시작해봐야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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