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아줌마

배달 없던 시절 당일날 케이크 구하기

by 스테파니

다시 한번 강조해 보지만, 내가 사회 초년생 때 다니던 회사는 주변에서 무언가를 구하는 것이 참 힘들었다. 회사에 입사했던 해에는 주변에 편의점도 없고 은행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흑염소는 있었다), 회사에서 무언가가 필요하면 아주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했었다. 그중에 하나가 생일 케이크였다. 팀원 중 누군가가 생일이면 간단하게 생일 파티를 하곤 했는데 (당연히 비용은 N빵이었다) 생일 파티를 위한 케이크를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배달앱 이란건 아예 없던 시절이었고 (배달앱이 뭐냐, 앱이란 것도 없던 시절임), 지금처럼 각종 물건이 하루 만에 혹은 며칠 만에 배송이 되던 시절도 아니었다. 특히나 케이크 같은 음식은 아예 온라인 주문이 불가능했었다.


즉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은 경우 케이크를 구하는 게 매우 힘든 일이었는데, 업무시간에 밖에 나간다는 눈치를 감수하고 나가도 케이크를 살 수 있는 곳은 엄청 멀었다. 그냥 많이 걸어가야 하는 것을 넘어서서 꽤나 외진 길을 가야 했는데, 차가 지하로 내려가는 반 터널 같은 지하도로 옆에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도보를 걸어가야 하는 게 문제였다. 우리 팀 선배 안분이 거기를 걸어가는데 너무 무서워서 모르는 아줌마랑 같이 팔짱을 끼고 걸어갔다는 일화도 있었다. 거기가 무서운 이유는 우선 지하이고, 차가 쌩쌩 달리는 지하 차도 옆에 있는 길이었어서 어둡고 음침한데 동시에 길이 어마무시하게 좁아서 반대편에서 누군가를 마주쳤을 때 절대 피할 수가 없는 구조여서 기본적으로 사람을 불안하게 했었다.

그 길을 감수하고 넘어가면 아주 먼 곳에 파리 바게트가 하나 있었다. 그래 그 당시에도 파리 바게트는 존재했다. 찾아보니 파리바게트는 1988년부터 있었다고 한다. (내가 그 당시에 회사를 다닌 건 아니다)


당일 케이크를 구하는 방법은 파리바게트에 다녀오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한 가지 더 있었는데, 회사 팀원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사실 나는 지금도 알지 못하는데, 그 번호로 전화를 하면 어떤 아줌마가 케이크를 들고 회사 앞으로 찾아왔었다. 직접 만드는 건지, 어디서 떼오는 건지 정체불명의 케이크였으나 아줌마가 들고 빌딩 앞으로 오면 나가서 현금을 건네고 케이크를 받아 왔었다. 이후에는 이 정체불명의 케이크가 새 케이크가 맞냐라는 의심도 있어서 팀원이랑 아줌마가 논쟁을 한 적도 있었다.


맛있는 케이크를 먹고 싶다까지는 사치였고, 그냥 생일파티를 하기 위해서 케이크라는 존재가 필요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정체불명의… 못생기고 맛도 그저 그랬던 케이크를 여러 번 사서 먹었었다.


궁금하다, 그 아줌마는 누구였으며 그 케이크는 어디서 누가 만든 케이크였을까? 장르를 넘어서서 먹고 싶은 걸 아무 때나 바로바로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지금에 한번 더 감사를 하며 오늘 저녁을 먹으러 가봐야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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