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모카골드에서부터 스타벅스까지

직장인 커피의 진화

by 스테파니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 했을 때, 회사에서 마실 수 있는 커피는 맥심모카골드뿐이었다. 실제로 입사 직후에 부장님을 따라서 종이컵에 맥심 커피를 맥심 봉지로 휘휘 저으면서 사옥 옥상에 올라가서 커피를 마셨었다. 사무실 구석 어딘가에 맥심 봉지들과 종이컵들이 쌓여있었고, 커피 외에는 현미녹차 정도가 비치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가져오거나, 건물 휴게공간에 내려가서 자판기를 이용하지 않는 이상 유일한 옵션이었기 때문에 당시 많이 마셨는데 정말 혀가 아리도록 달달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사실 그 시절 이후로 다시는 안 마셨던 것 같기도 하다.


죽도록 달고, 마시고 나면 입안이 텁텁했지만 뭐라도 마시고 싶어서 마셨었다. 그러다가 맥심 1/2이라는 제품이 출시되었었는데 설탕이 반만 들어있는 제품이었다. 해당 제품과 함께 사은품으로 도착했던 하얀색 머그의 손잡이가 숫자 1/2 모양이었던 기억이 난다. 여전히 달았지만 그래도 설탕이 반이라니 그때부터 일반 맥심이 아니라 1/2 맥심을 선택해서 마셨었다.


회사에서 맥심을 타먹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비록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었지만 구하는 게 꽤나 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스타벅스가 존재했고, 요즘 길에 깔려있는 테이크아웃 커피도 존재했지만 그 빈도가 훨씬 적었고 지금처럼 아무 때나 아무대서나 시도 때도 없이 사서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집에서부터 회사까지 오는 길에 커피를 살 수 있는 곳이 없었고 (그땐 그랬음), 회사 도착 후 커피를 사러 사무실을 벗어나는 건 엄청나게 눈치가 보이는 일이기도 했다. 지금과는 달리 아침 일찍부터 여는 커피숍도 많이 있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입사 후 몇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달지 않는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면서, 회사 앞에 커피 전문점이 1개가 아니라 N개가 되기 시작했고, 일부 회사원들은 사무실에서 드립커피를 내려먹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스타벅스 비아 라는 제품이 출시되었다.

역시나 지금은 흔해빠진 카누 형태 커피의 최초는 스타벅스 비아였다. 간편하게 달지 않은 원두커피를 물을 부어서 마실 수 있는 제품이라니... 너무나도 혁신적이고 감사한 존재였으며, 세상 너무 아쉬운 우리의 인생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다만 당시 스타벅스 비아는 한국에서 구할 수 없었고 미국에서만 판매를 했었는데 우리는 당시 미국향 핸드폰을 만드는 부서에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미국 출장을 갈 때마다 사서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나도 미국 출장을 갔을 때 비아를 사 와 아껴 아껴 먹었던 기억이 있고, 사 왔던걸 팀원들에게 나누어주면 사람들이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우리의 니즈에 완벽한? 상품이었지만 귀했던 비아 다음으로 한국에서 카누가 출시되었었다. 진짜 만세를 불렀던 것 같다. 드디어 싼 값에 대량으로 원두커피 가루를 마구마구 사서 마실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정말 행복하게 개인적으로 한 박스 주문해서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서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아침에 어딘가에 들러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서 출근을 하는 풍습이 생겼다. 그러나 안 그래도 일찍 일어나서 9시까지 와야 하는데, 동선을 벗어나서 커피를 사러 가는 건 꽤나 번거로운 일이었다. 그래서 회사 1층 로비에 커피숍이 생겼을 때 또 한 번 인생이 바뀐 기분이었다. 동원에서 운영하는 샌드프레소라는 커피 체인점이 넓기만 하고 텅텅 비어있던 우리 회사 1층 로비에 들어섰다. 세상이 이렇게 좋아질 수가 있는 것일까? 이제는 회사 빌딩을 벗어나지 않고 커피를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대략 12년 후, 오랜만에 상암에 갔었다.

첫 회사의 사옥은 지금 한샘 빌딩인데 거기 1층에 스타벅스가 들어와 있었다. 스타벅스라니...!!! 무려 스타벅스라고??? 라면서 입사 동기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자 카톡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 그렇게 아쉽던 시절이 있었다.

매일 아침 고생하지 않고 출근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사서 마시는 게 그땐 너무 소중했고, 한때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은 몇 발자국만 걸으면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 있고, 회사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음료를 사 마실 수 있는 사내카페가 있고 동시에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커피 머신도 있다. 그 모든 옵션이 마음에 안 든다면 배달해서 그 어떤 음료도 마실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커피를 사러 나갔다와도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세상 참 좋아졌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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