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하늘..
잡 념(雜念)
- 김 중 근
우울한 잿빛 하늘이다. 공기 질이 탁한 탓인지 마음도 탁해진다. 뜻 모를 생각이 공간을 채운다.
커피 잔을 기울이다 유리창에 부딪히는 비를 바라본다. 그것이 특별한 의미가 없다해도 무엇이라 표현못할 야릇한 감정이 흐른다. 봄 비를 바라보다 잠시 허공에 날리는 흰 매화처럼 지난 시간의 흔적들이 마음 속에 이리저리 날린다. 눈앞에 닥친 잡다한 삶이 골 깊은 주름에 빠져 허욱적댄다. 바삐 떠 밀려 내려가다 무엇인지 모를 것에 사로 잡혀 촛점을 잃는다. 똑똑 부딪히는 작은 물방울들이 방황하는 눈빛을 만들고 뿌옇게 다가온 성애들이 시야를 방해한다. 유리 창이 온통 희뿌옇다. 생각나는 그 사람 이름 석자라도 그 위에 쓰고 싶어진다. 잡념이 생긴다. 잡념은 마음을 어지럽히고 집중력을 흩뜨린다. 잡념은 지금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하고, 과거의 후회와 경험치 못한 미래의 걱정을 불러오기도 한다.
햇살은 미세 먼지에 막혀있고 아직도 구름을 뚫지 못한채 진종일 우울감만 내린다. 하얗게 끌고 가는 성애로...보이는 봄은 어디에도 없고, 잡념만 유리창에 잔뜩 끼어있다. 뿌옇게 소리없이 다가오는 성애처럼 온통 주위가 어지럽다. 잡념이 질척거리는 유리창에 지난 날의 세월을 그려보고 한철 영광스러웠던 회한도 지워본다. 권토중래했던 시간을 그려 보지만 또 한 번의 기회가 오긴 힘들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유리창에 부딪히는 뿌연 비처럼 갈수록 더 부딪쳐오는 그 혹독함만이 유리창을 두두린다. 나를 묻고...두둘기는 이 비에 실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파도가 바위를 만나면 산산조각 부딪치고 부서지는 것처럼 무엇엔가 부딪히고 싶은 자극이 생긴다.
이렇게 쓸데없는 잡념들은 시간을 짜놓고 멀리서 예고하듯이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늘 서성이며 창가의 부딪히는 빗방울을 보면서도 문득 상념에 젖게도 한다. 그것은 하늘, 구름. 바람, 비와 땅을 보다가,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를 보면서, 초롱한 눈매로 풍경을 바라보다가도 생기기도 한다. 설레임으로 하늘의 별을 따다가 눈빛을 맑게 하고 우리의 영혼까지도 비쳐줄 환한 달을 보면서 가슴을 저미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달라붙는 잡념을 떨치기 어렵다. 이유없이 찾아오는 잡념은 평생을 애태우기도 한다. 영화속 주인공같이 인생을 아름답게 살았던 내가 불면의 잠에 들게도 한다. 애잔한 불꽃으로 타오른 잡념은 때로 그리움을 불러 오기도 한다. 때문에 살아가는 사람의 향수를 불러오는 파도이기도 하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 있슴을 뜻하며 살아 숨쉬게 하는 옹달샘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면서 영혼이 메말라가고 척박해질 때...마음 한모퉁이에서 한 웅큼씩 출렁일 때 마다, 가슴 속까지 내밀어진 생의 파란 푸르름들이 살아 꿈틀대는 것처럼 잡념은 수시로 생긴다.
창에 떨어지는 빗물과 유리 창에 서리는 성애가 애틋하고 경이로운 것은 마음에 출렁이는 잡념들이 그리움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는 마음을 조용하게 하고 명상하며 내면에서 일어나는 잡념을 넘어 나 자신에게 미소를 짓게 하는 감초이기도 하다. 창공에 떠있는 흰 구름에서 부터 작은 빗방울에 이르기 까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은 아직 감수성이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종심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무덤 속 깊은 곳까지 아마 그것을 가지고 갈 모양이다...
우리는 잡념에 벗어나서, 마음의 평화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현재의 순간을 사랑하고, 그리움 같이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흐르는 순간을 자유롭게 즐김으로써 잡념을 떨쳐내고, 마음을 가벼운 상태로 삶을 즐기는 여정을 향하여 함께 나아가자!
잡념을 떨쳐내고 현재를 즐기는 순간에 집중해보자!.
얼마나 삶이 아름다운 것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ㅡ 2024년 3월 4일(월)
잿빛 봄 비 내리는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