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밤

흰 눈 내린 날 밤.....

by 김중근

조용한 밤

- 김 중 근


하루의 일과도 서서히 접어드는 이 시간, 편안한 쉼터인 밤이 날개를 펼칠 시간이다. 두서너 시간 지나면 완전한 밤이 오겠지만 불면에 시달린다. 또한 늦은 밤 눈을 비비고 작성된 글은 울고싶도록 애절한 마음을 담게된다....역시 잠들지 못한다. 좀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고요한 시간이다, 아름다운 밤 하늘을 그려본다. 별 자리마다 사연도 많고 역사(歷史)도 길다. 빈 가슴을 채우는 글은 역시 사연도 많다.


밤은 홍조를 띤 소년의 마음처럼 그리움과 독백 속에서 잃어버란 시간을 쫒아 달린다. 시간은 일각을 멈추지 않고 흐른다. 아침에 내린 눈 꽃이 밤새 녹아내린다. 눈 위에 추억이 녹아서 하얀 눈물이 흐른다. 사각대며 밟히는 눈 길이 제대로라면, 자욱자국 발자국 마다 옛기억이 예쁘계 찍히겠지만 그렇지못하다. 그럴 줄 알았으면 아침 첫 눈 위에 생각나는 사람들의 이름들을 써보았을텐데....아쉽다.


눈 감으면 아스라이 떠오르는 사람, 내 마음 주위를 서성이며 설레게 하는 사람, 그 밖의 생각나는 많은 사람들이 발자국 마다 쫓아온다. 한편 내 가슴에 대 못을 쾅쾅 박았던 사람들, 소스라치게 놀랄 사람들까지도 오늘같이 흰 눈 내린 날에는 미워하는 마음보다 애틋한 마음이 앞선다. 추억(追憶)은 눈송이 타고 내린다. 눈이 녹아 들어난 세상은 하얀 침묵에서 깨어난다. 눈송이에 후드득 불면(不眠)이 떨어진다. 채 녹지 못한 잔설(殘雪)은 뿌리치지 못한 가지 위에 아슬아슬 자리했다. 채 둥지를 틀지못한 파랑새 한 마리가 그 가지 위에 올라 눈 빛 젖는다.


오늘같이 눈이 내린 깊은 밤에 별들도 소리없이 반짝인다. 조용한 밤에 추억은 별 빛 타고 내린다. 밤을 잊고 내려온 별 빛은 내가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시간(時間)들을 소환한다. 종전과 다른 오묘한 느낌은 밤의 적막 만큼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하얗다. 별 빛 흐르는 조용한 밤이다. 흰 눈이 사방을 감싸줄 때 기억을 쫒고, 옛시간을 쫒아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적막 속에 파노라마처럼 아련히 떠오르는 옛시간이 별빛처럼 내려온다. 먼지 쌓였던 기억들이 바람에 날려 눈송이처럼 이리저리 날린다.


흰 색 기억은 인생의 거칠었던 행로를 눈 같이 아름답게 덮어준다. 침묵 속에 살아난 푸른 기억이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얻게 한다.


2024년 12월 5일 밤 가상(假想)의 눈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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