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매력
멋있는 사람
- 김 중 근
볼품없이 쭉 뻗은 나무들 보다, 제 멋대로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듯, 자로 잰듯이 형식과 규격에 맞추어 사는 사람이나 기계같이 사는 사람보다, 굽어 자란 소나무같이 세상 풍파를 넉넉한 마음으로 헤쳐나와 성공한 사람이 더 멋져 보인다.
부(富)를 누릴 수 있을지 모르나 주위를 돌아보지않고 시간에 떠밀려 가는 사람.....핏기없는 인공환경(人工環境) 속에서 무정(無情)함을 견디는 인간 로봇처럼 사는 유형(類型)의 사람은 매력이 없다. 빨리빨리 문화에 매몰되어 쫓기듯 사는 사람은 한마디로 각박해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기계적으로 사는 사람에게선 인간적인 매력을 못느끼게 된다.
하루하루 살면서 정(情)을 나누기에 너무 바쁘게 하루를 살고 있는 사람보다 그윽한 향기로 녹아있는 여유스러음을 즐기면서 차 한잔에도 정(情)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더 좋다, 머리 위에 떠있는 구름과 하늘이지만,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을 차 한 잔에 가득 담아 그윽한 향으로 마실 수 있고, 그 때문에 가슴 시려 시상(詩想)에 젖어 볼 수 있는 감상적(感想的)인 그런 사람이 더 멋있는 법이다. 오로지 앞만 보고 무엇엔가 쫓기는 듯이 달려가는 출세지향적인 사람은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가을 가고 겨울 온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고 산다. 아무 기다림도 느낄 수 없는 텅 빈 가슴이기에 기대감이나 설레임이 없다. 무엇인가 꽉 차 보이는 감정(感情)이나 기대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계절을 느끼고 그윽한 향으로 차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여유롭고 멋져보인다. 해질녁 발코니에 앉아 찬찬히 차 한 잔 마시며 음미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하늘 저편으로 둥실 떠다니는 솜털 뭉게 구름이 오묘한 오색 빛 햇빛을 빨아들이면서 온통 오렌지 오페라 자홍 빛으로 물들어 가는 장관을 노스탈자의 향기로 석양의 찻잔에 담아 마시는 모습은 얼마나 멋진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하였듯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우리는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돌아간다. 재물도 사치도 한때 있다가 그 연(燃)이 다하면 없어지고 만다. 언젠가 이 몸뚱이도 버리고 갈 것을 사람들은 날마다 온갖 치장으로 자기(自己) 몸매를 가꾸고 뽐내려한다. 앙상한 가시나무와 같은 몸매를 섹시하게 보이게 하려 안간힘 쓰기도한다. 때론 있는 자가 없는 자들 앞에 거들먹거리기 위해 치렁치렁 걸쳐진 화려한 의상을 걸치고 거리를 활보한다. 금은 보석으로 치장하며 사람 위에 군림하려 하는 인간도 있다. 파리스레 얼어 붙은 손가락 위로 앙칼진 검은 고양이가 요염하게 살아있는 모습같이 요란하게 칠해진 손톱을 가진 사람이 온갖 교태로 우리의 눈 길을 어지럽히는 사람도 있다. 이외 많은 천태만상(千態萬象)의 사람들 보다, 뙤약빛 그늘에서 긴 한숨을 늘 가슴에 달고 다니지만 속 치마 깊숙한 잠지 속에서 때묻은 지폐를 꺼내는 장터 아지매의 모습이 더욱 멋지게 보이기도 하다. 별들이 수놓은 금빛 환한 표정만큼 때묻은 지갑에 희망을 채워놓곤 함박 웃음으로 웃음지을 수 있는 모습이 더욱 아름다운 법이기 때문이다.
뜨거운 심장이 없는 마네킹같이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몸은 아무 인간미(人間味)를 느낄 수 없다. 황량(荒凉)한 가슴에 무정(無情)함이 돋고있는 가시처럼, 우리 몸에 박혀와서 상채기만 남겨놓을 뿐 가슴 뛰는 감정(感情)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 속에 묻어난 감동적(感動的)인 모습은 우리들에게 멋진 모습으로 각인된다. 성장이 멈춘 대지가 싸늘하고 얼어붙은 별빛까지도 똑각 부러지게 아파 보이는 날에도, 한결같은 웃음으로 삶의 용기(勇氣)를 솟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멋진 사람이다. 냉냉한 산소로 채워져있는 폐부에 따듯한 온기를 불어주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멋있는 사람은 고통에 겨워 찌들지라도, 돌같이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고가는 힘에 겨운 사람과 세월에 상처난 사람들에까지 인정(仁情)에 넘친 빛을 이파리로 부터 뿌리까지 대지(大地) 깊숙히 내리게 한다. 그리고 검은 추위로 포장된 지구를 살맛나게 가꾸어준다.
심장이 혈류(血流)를 따라 박동을 칠 때마다 빨간 장미의 소리가 나는 사람, 가슴은 무엇인지 모를 따듯한 감정(感情)이 솟구치게 만드는 사람. 낡고 허물어진 집 속에서 고통을 벼개 삼아 살지언정 느티나무 서있는 강둑, 하얀 설화(雪花)로 피어난 숲 속 오솔길, 젖은 안개 자욱한 호수, 순 백색 매화(梅花)속에서 고요하게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사람, 낡은 청바지에 붉은 티셔츠가 닳고 허름해도 저녘 노을 속에서 시를 쓰고 음률로 옮길 수 있는 사람, 손 소매가 몇겹 접어진 양팔이 붉게 젖어 오르고 파이프의 흰 연기가 먼 자줏색 노을을 점령하는 신비(神秘)함을 볼 수 있는 사람.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컴컴한 어둠일지라도 밝은 빛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 흰 외로움만이 뎅그마니 남아있는 빈 방의 슬픈 소리 대신(代身), 초롱초롱 피어있는 별처럼 그 아름다움의 설레임을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있는 사람, 적나라한 비애(悲哀)와 생활고(生活苦)로 모든 삶을 박탈해 버릴 정도로 검은 독을 마시고 죽음의 미각(味覺)을 알고 싶어질 때, 주저없이 한 잔의 술로 “우리의 인생은 꿈 속같이 막연하고 각본없이 쓰여진 연극같다”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감싸주는 사람, 허무와 비애를 독한 소주 한잔으로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사람. 아니면 맑은 소주 한 잔에 영혼까지도 담아 낼 수 있는 사람이 멋있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멋은 외모로 부터 꾸며진 사치스러움과 교만함에서 연출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넉넉한 모습들이 소리없이 뿜어 나오는 맛이다. 인동초같이 한겨울의 빙토를 뚫고나와 아름다움을 뿜어 낼 수 있듯이, 내 어려움 때문에 다른 사람들께 불편을 주지않을 뿐더러 큰 세상과 작은 세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능력과 안목을 가진 사람에게로 부터 나오는 내면(內面)의 맛이다. 내 주장(主張)과 높은 소리보다 낮은 소리에 귀를 기우려 내면(內面)의 혼을 소주 한 잔으로 그림자처럼 연출할 수 있는 사람에서 부터 배어 나오는 맛이 바로 멋진 사람의 맛이다.
그런 나는 타인들로 부터 어떤 사람의 맛이 나는 사람일까?....
- 2024년 11월 어느 날
멋있는 사람이 그리운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