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곳.....
해운대 낭만
- 김 중 근
연휴 동안 계속된 더위 속에 평소 서로 정을 나누고 사는 사람들끼리 1박 2일간 부산을 다녀 왔다. 사실 나는 대학 시절 여름 방학이면 내내 자유분망한 감성을 일구어 낭만을 쫒던 청춘의 소리와 함께 생활했던 곳이다. 그 곳은 재벌가 이모님의 별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모님은 당대 한국 7대 그룹 중의 S그룹 총수의 사모님이셨다. 해운대의 푸른 파도와 고즈넉한 해변은 대학 시절의 예전 그 모습일 것이라 상상했다. 50여년 이전의 일이다. 그 낭만 그대로 간직한 채 눈부신 햇살에 빛나고, 하늘이 쏟아내는 별들이 맑은 공기를 흠뻑 들이마시고 있는 해변의 모습이 무척이나 싱그러울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출발했다.
해운대, 광안리 그 이름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곳이다. 그러나 푸른 파도와 해변은 세월과 관계없이 늘 마찬가지일텐데 그 예전의 모습은 간데 없다. 마치 대형 건물에 갇혀진 목욕탕 같은 인상이 든다. 긴 침묵에서 깨어나 재잘되는 인파들은 파도같이 이리저리 밀려갔다 되돌아온다. 현대식 초고층 건물과 자동차들의 질주가 계속되는 도심의 해변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해마다 여름이 오면 동백섬으로 부터 시작된 하얀 백사장이다. 밀려오는 파도의 숨소리를 다정히 들려주던 곳이다. 한 여름 내내 시원한 휴식처를 제공해주었던 해운대가 요란한 사람의 몸짓과 소음만 가득하다. 해수욕장 주변에는 다양한 음식점과 바, 클럽이 있어 밤새도록 즐기는 청춘들로 붐빈다. 여기 저기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로 요란하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 해준다. 초현대식 건물들과 인공물이 꽉 찬 바닷가를 지키고있다. 아무리 간절하게 소망해도 낭만이 가득 했던 세월로 돌아갈 수 없는 어즈버 세월이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한줌의 한 줄기 바람이 분다. 해변의 고즈넉했던 풍경이었는데 돌이킬 수 없는 세월 속에서 바람 길마저 막아선다. 세속의 환락가 중 최고다. 또한 그 영광이 은폐되었음에 깜짝 놀란다.
아직도 눈에 선한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파도 치는 모습과 백사장은 그대로 남아있는데, 해변을 바라보기가 마음 아프다. 아스라히 굽이쳐 휘돌았던 백사장의 향수. 그것은 항상 나에게 어머니의 가슴과 같이 포근하고 아늑했던 추억이 서려있던 곳이다. 그러나 그 곳에는 이미 추억을 상기시킬만한 것이 어느 것도 흔적없이 사라졌다. 일찍이 낭만을 구하고자했던 해변가 주위에 오로지 거대한 아파트 군과 첨단의 빌딩들이 들어서있어 내 시야를 막고 있을 뿐이다. 여유스럽고 아늑했던 해변은 속세에 시달린다. 내가 낭만을 찾아 걷던 해변에서 까르르 끊기지않는 웃음 소리만 산탄총처럼 요란하다. 활같이 굽은 흰 모랫빛 백사장이 무지개처럼 경이로웠는데.... 화려한 영광을 지켜보았던 동백 숲도 이미 베어져 없어지고 둘레에 화려한 조명과 고층 건물만 자리하고 있으니 해운대의 낭만은 기억 속에 춤을 춘다.
해운대의 저녁은 해가 지는 모습과 함께 더욱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석양이 지는 가운데, 해변을 따라 산책하거나, 해변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해운대는 단순한 해변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휴식과 낭만을 제공하는 특별한 장소다.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소중한 순간이 될 것이지만 간혹 선정적인 광경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밤바다를 배경으로 요트선상에서 바라보는 해운대의 야경은 많은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서 광안리, 해운대를 떠난 이후에도 아직 눈에 삼삼하다.
한 마리 갈매기, 날개짓마저 힘에 겨운 듯 하다. 어로가 지난 후의 텅 빈 선수(船首) 위로 힘없이 선회한다. 옛 시절 걸었던 해변을 다시 찾았을 때, 이 모든 것이 물 거품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한 마리 갈매기의 마음마저 슬프게 하는 것처럼 내 마음도 그러하다.
- 2025년 7월13일 해운대, 광안리를 찾았을 때를 회상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