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49
학교 숙제 때문에 처음으로 조리도구를 잡아본 초등 6학년 아들.
일명 "밥을 이용한 한 그릇 음식 만들기"라는 실습활동지를 앞에 두고, 아들은 점심시간에 맞춰 자신의 손으로 직접 요리를 시작했다. 겨우 컵라면 끓이기만 할 줄 아는 아이라 요리에 앞서 긴장한 듯했다. 옆에서 나는 코치하면서 동영상을 촬영했다. 자주 먹는 김치볶음밥에 좋아하는 라면까지 동시에 먹겠다는 욕심으로 요리를 구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라면은 먹어도 먹어도 먹고 싶다고 말하며.
요리명 : 라면 볶음밥
재료 : 라면 1개, 밥 한 공기, 김치 약간, 계란 2알, 김자반 약간
순서
1) 김치와 밥을 볶는다
2) 라면을 끓인다
3) 계란 프라이를 한다
4) 완성된 김치볶음밥에 라면을 넣고 섞는다
5) 김자반을 뿌리고, 계란 프라이를 올린다
김치와 밥을 프라이팬에서 볶는 건 어느 정도 무난하게 잘했다. 주걱으로 밥과 김치를 잘 섞어가며 정성을 다하는 듯 보였다. 라면 끓이기도 자주 하는 터라 쉽게 패스했다.
문제는 계란 프라이.
난생처음 계란을 깨는 게 오늘의 최대 난제였다. 계란을 "탁탁" 프라이팬에 치기까지는 했는데, 힘 조절이라는 턱에 부딪혀 첫 번째 계란은 껍질이 산산이 부서져 프라이팬에 흐물거리며 쏟아졌다.
"앗, 부서졌어. 망쳐서 미안해요. 계란 깨기가 어려워요."
"처음이니, 괜찮아. 다시 해봐"
계란을 다시 건넸다. 이번에도 조심스럽게 "탁탁"하더니, 환자 살피듯 몇 번을 살살 누르며 프라이팬에 계란을 "퐁당" 낙하시켰다. 이번에도 첫 번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안해요. 또 실패예요."
"괜찮아. 다시 해봐."
다시 계란을 집어 들고는 천천히, 신중하게 계란에게 예의를 갖추었다. 5초 정도 만지작거린 끝에 계란이 프라이팬에 척하고 안착했다. 껍질이 약간 떨어졌을 뿐 괜찮아 보였다.
"아까보단, 나아졌어요! 근데, 껍질이 같이 떨어졌어요."
"그래, 이럴 땐 껍질만 살짝 모아 버려. 다시 해 봐"
네 번째, 전과 달리 좀 더 빠르게 "탁탁" 하더니, 10퍼센트라도 자신감이 손에 붙었는지 계란 껍데기를 깬다.
"아, 됐어요. 이젠 성공했어요!"
"잘했네. 하나 더 옆에 해봐."
"계란 프라이가 생각보다 어렵네요. 이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렇게 아들의 계란 프라이 도전은 4번 끝에 성공했다. 실패한 계란은 한쪽에 모아두었다가 계란말이로 만들었다. 어렵게 깨서 익고 있는 계란 2개를 뒤집기로 이리저리 뒤집어 완숙을 만들었다.
김치볶음밥을 그릇에 담고, 라면을 건져 섞었다. 달달한 김자반을 고명으로 뿌리더니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계란 프라이 두 개를 기분 좋게 올린다.
"맛있겠어요. 제가 만들었으니 제가 먹을게요!
동생은 좀 나눠주고요.
다음에도 제가 해서 먹어보려고요.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좋아. 하나씩 배워서 직접 해 보면 재미있을 거야."
그렇게, 아들의 첫 요리 실습은 끝났다. 해 주는 음식을 받아먹기만 하더니, 스스로 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얼굴에 녹아있었다. 귀찮은 숙제가 만족스러운 경험으로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는 나도 뿌듯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하나씩 늘어가는 기쁨은 아이나 어른이나 기분 좋은 경험이다. 작은 성취감이 쌓여 일상이 즐거울 뿐만 아니라 나아가 목표를 세우고 이루고자 하는 자신감의 든든한 뿌리가 되어준다.
이렇게 조금씩 커가는 아이를 보는 것이 부모로서 누리는 혜택이다. 키우는데 손이 많이 가고, 힘들어도, 가끔씩 훌쩍 커버린 듯 성장한 자식을 보는 기쁨을 알게 되어서 감사하다. 아이를 보며, 나도 배운다. 누구나 처음 하는 일 앞에서 긴장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지만 곧 방법을 체득하고 내 것으로 만들며 사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별생각 없이 하던 계란 프라이가 한동안 생각날 거 같다. 아들도 나도 즐거웠다. 다만, 완성된 라면 볶음밥은 사진 찍기를 허용하지 않은 관계로 첨부하지 못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