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50
하루의 시작
나태주
배가 아프다
어딘지 모르게 깊은 곳으로부터 아픔이 온다
더이상 누워 있을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물을 끓여야지
따뜻한 물을 마시면 좋아질 거야
따뜻한 물 한 잔을 천천히 마신다
몸이 살아나고 아픔도 조금씩 사라진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해보는 거야
하루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일년이 되고
일생이 되는 거야
이것은 일상
이것은 일생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본다
갑자기 "배가 아프다"라는 시의 첫 소절을 보고 내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평소처럼 아이들 등교시키고, 근력운동하러 다녀왔다. 주말의 피로를 스트레칭, 유산소운동, 스쿼트로 날려 보내고 한파주의보에도 씩씩하게 상쾌하게 가볍게 발걸음을 옮겨 아늑한 집안으로 들어왔다. 이른 점심을 여유롭게 먹는 중에 딸아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어머니. 00가 배 아프다고 설사하고, 보건실에 있어요."
생각지 못한 딸의 복통 소식에 집에 보내라고 답변을 보냈다. 한 숟가락 남은 점심을 입에 정신없이 쑤셔 넣고는 성큼성큼 학교 앞으로 나갔다. 마침 신호를 기다리던 딸과 눈이 마주쳤다. 신호가 바뀌자 손을 잡고 집을 향해 걸었다.
"2교시부터 아팠는데 참다가 보건실에 갔어요."
"딱히 어제와 오늘 아침, 잘 못 먹은 음식이 없는데 왜 탈이 났을까? 무슨 일이지? 병원에 가보자."
그렇게 서둘러 병원에 갔다. 오전 진료 접수는 끝나서 오후 2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집으로 와서 쉬게 하고 따뜻한 물을 주고, 죽을 사다 먹였다. 배가 덜 아프다고. 집에 오니 괜찮아진 것 같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걸로도 충분히 감사한 하루였다. 오전의 여유로움을 순식간에 염려와 정신없음이 삼켜버렸으나 오후에는 편안한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병원 진료 결과는 장염이라고. 요새 유행하니 부드러운 음식을 먹고 튀기고 단 자극적인 음식을 삼가라는 말로 진료를 마쳤다. 큰일이 아니라 맘이 놓였다. 하루하루가 별일 없이 지나가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때론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한 번씩 몰아치는 이벤트에 정신이 번쩍 든다. 고맙고 감사한 나의 일상이 모여 일생이 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올 한 해 2023년이 특별한 걱정근심 없이 지나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시인의 "하루의 시작"을 읽은 것 또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