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57
2023년 2월 네이버 기사에 뜬 헤드라인들은 한결같이 부담스러운 꽃값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0210151900003
2023년 12월 마지막 주,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항상 그렇듯 그 시즌이 다가왔다. 지역에 따라 가격면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다음 주로 다가온 아들의 졸업식 참석을 위해 꽃다발을 예약했다. 졸업시즌에 꽃을 산 게 언제였더라,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간만에 꽃집을 찾았다. 집 앞 꽃집 두 군데에 가보니 한 발자국이라도 가까운 곳은 이미 예약이 마감되었고, 다른 곳은 다행히(?) 아직 주문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꽃값은 금값이었다.
35,000원짜리 꽃다발 vs. 50,000원짜리 꽃다발
보기에도 빈약하기 짝이 없는, 꽃다발이라는 이름만 붙은 꽃다발을 앞에 두고 잠시 망설였다. 잠깐 사진만 찍고 올 건데 조금이라도 아껴야 하지 않을까? 부모들이 큰 다발을 사 오지 않을까?
난 기꺼이 50,000원짜리로 예약했다. 꽃다발의 주인공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았다. 그저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꽃다발 같은 꽃다발을 안겨 주고 싶었다. 6년 동안 수고한 아들과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우리가 축하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1학년 입학
2학년 울산으로 전학, 암투병하는 엄마옆에서 마음 졸이면서 좋아하는 축구 클럽활동을 포기
3학년~5학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반쪽짜리 학교 생활
6학년 전학, 입학했던 학교에서 졸업
울산으로 이사하고 주양육자인 내가 아프면서 특별한 초등학교 생활을 경험한 아들에게 금값을 주고 산 꽃다발에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마음까지 담아 주고 싶다. 학교 가기 싫다고 꾀병을 부리지도 않았고, 아프다고 징징대며 늦잠자지 않고 6년간 성실하게 개근한 아들에게 칭찬을 듬뿍 주고 싶다. 월급과 성적 빼고 다 오른 고물가 시대에 살고 있음을 오늘도 피부로 느끼지만,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려 애써본다. 학부모가 되어 처음으로 참석하는 졸업식인 만큼 한 뼘 더 성장하는 아들과 우리 부부를 격려할 소중한 하루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금값을 주고도 살 수 없을, 무탈하게 보낸 아들의 졸업을 소리 내어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