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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민이로 살고 싶다.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58

by 태화강고래

티격태격 오늘도 평범한 일상이 흘러간다.

하교 후 간식을 먹으면서 아들과 딸은 서로 잼민이라고 놀려대며 낄낄댄다. 6학년인 아들과 4학년인 딸은 "잼민이"라는 신조어를 입에 달고 산다.


잼민이라는 뜻이 단순히 초등학생을 의미하는 걸까?

잼민이는 대한민국 인터넷 상에서 심신이 저연령층같은 사람을 말하거나, 무개념 초등학생을 낮춰 부르는 대한민국의 인터넷 신조어이다. 쓰임에 따라 모든 초등학생을 말하기도 하며, 낮춰 부르는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출처 : 위키백과)


아이들은 같은 초등학생이지만, 자신보다 수준이 낮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초등학생을 잼민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비하발언이라고 했다. 오십 보 백보라는 사자성어의 뜻처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비교하니 웃겼다. 한편으로는, 애들도 비교라는 세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현실을 마주하니 씁쓸했다.


"이제 우리 집엔 잼민이 한 명뿐이네. 난 다음 주부터 잼민이 아니다! 부럽지?"

"그러네, 이젠, 오빠는 중학생이네. 좋은 건가?"


부럽다는 반응을 기대했었는데, 생각지 못한 심드렁한 반응에 갑자기 당황한 듯한 아들은 평상시와 다른 말을 내뱉는다.


"중학생 되면,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하니 안 좋을 거 같아. 잼민이로 사는 게 좋지. 적당히 아는 3-4학년이 딱 좋지. 나 그냥 잼민이 할래."


노비에서 해방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듯, 초등학생 신분을 벗어나는 그날을 기다리던 아들은 닥쳐올 현실을 인식한 듯 태도를 급 바꾼다. 공부량이 많아지고 대학입시가 다가오는 일상이 두렵다고 했다. 몸은 사춘기를 경험하고 있지만, 정신은 아직 동생과 레고 놀이를 즐길 만큼 순수한 어린이이다. 뽀로로 노래가사처럼, "노는 게 제일 좋은" 아이일 뿐이다.


아들도 점차 나이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는 10대가 되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보다는 어린이로 남아있고 싶어 한다. 어른으로 사는 우리 부부가 힘들어 보여서였을까? 초등학생시절이 맘 편히 놀고, 잘 수 있는 때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직은 잘 모를 테지. 아파트 단지밖에 위치한 지척의 초등학교가 아닌 버스를 타고 가는 중학교에 가서 7교시 수업을 하며 공부량이 늘면 그때 실감하기 시작할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6년이라는 초등학교 시절은 길게 느껴졌지만 그 이후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쏜살같이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살아보니, 절반만 철이 들었던 초등학생, 아니 그 당시 국민학교 때가 근심걱정 없이 놀기에 좋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의 순수함과 현실감각이 함께 조화를 이룬 어른으로 산다면, 그런데, 가능하기나 할까? 잼민이라는 단어가 색다르게 들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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