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62
지난주 금값이 된 꽃다발을 예약하며 아들의 졸업식 참석을 예고했습니다. 바로 오늘이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식날이었습니다. X세대인 제가 알파세대인 아들의 졸업식을 다녀와서 느낀 바를 간단하게 전해드립니다.
X세대 졸업식에 있고, 알파 세대 졸업식에도 있는 것은?
1.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대고 칠판 위에 걸린 태극기를 향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습니다. 참, 오랜만에 경례를 했습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 제창 또한 백만 년 만에 했습니다.
2. 교장선생님 말씀
X세대 졸업식에서 교장선생님의 말씀은 참~~ 길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알파세대 교장선생님의 말씀은 짧고, 굵게, 요점만 꼭 찍어서 말씀하신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3. 학부모 참석
부모님은 첫 자식인 제 졸업식에 참석하면서 감개무량해하셨습니다. 할머니, 아빠, 엄마, 동생들, 근처 살던 외사촌 오빠네 식구들까지 총 10명이 참석했습니다. 대식구가 출동해 약간 부끄러울 정도였습니다.
오늘 졸업식은 새해 둘째 날이라 아빠들의 참석이 어려울 것 같았지만,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습니다. 저희 남편이 휴가를 냈듯, 다른 아빠들도 휴가를 내셨습니다. 교실은 25명 학생 중 20여 명 정도 아빠가 참석하셨습니다.
그때의 부모님 마음처럼, 가슴이 벅찼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커서 졸업인가 싶었습니다. 그 마음은 저뿐만 아니라 참석한 부모 모두의 마음이었습니다. 아들의 담임선생님은 졸업 2주 전에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한 미션을 주셨습니다. 졸업하는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영상을 촬영해 보내라고 하셨습니다. 무슨 말을 할까 지우고 썼다를 반복하다 결국 누구나 할 법한 말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OO아, 졸업 축하해. 6년간의 학교생활을 별 탈 없이 마치게 돼서 네가 참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2024년 새 출발도 힘차게! 알았지!
엄마가 옆에서 응원해 줄게.
사랑해!
부끄러워 얼굴은 감추고 아이사진을 편집해서 목소리만 입혀 보냈습니다. 졸업식에서 소개된 각 가정의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메시지는 동일했습니다. 자녀의 졸업을 축하하는 부모의 마음은 한결같았습니다. 30여 년 전, 알파세대의 부모의 부모가 하고 싶은 말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지나온 시간을 자랑스러워하고 다가올 시간을 기대하고 응원하는 마음말입니다.
X세대 졸업식에 있고, 알파 세대 졸업식에는 없는 것은?
상이 달라졌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X세대 졸업식에서 돋보였던 개근상과 우등상은 없었습니다.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서 뛰어나다는 것을 강조하던 상이었습니다. 대신, 알파세대 졸업식에는 특별상이라는 이름의 상이 모든 학생에게 주어졌습니다. 친절상, 봉사상, 체육특기상, IT특기상이었습니다. 모두가 수고했으니 상을 받을 만하다는 의미에서 유치원 졸업식처럼 상장 한 장씩 받았습니다. 저희 아들은 축구를 잘하고 좋아해서 체육특기상을 받았습니다.
X세대 졸업식에 없고, 알파 세대 졸업식에는 있는 것은?
저희 졸업식 때는 마지막으로 교가 제창을 하고 졸업식을 마쳤습니다. 알파세대 졸업식에서도 교가 제창은 있었으나 달랐습니다. 밋밋하게 칠판 보면서 교가 제창을 하던 저희 때와 달리, 아이들이 손수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들이 교가와 어우러졌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기기와 익숙한 아이들이라 그런지 영상촬영과 편집을 손쉽게 해서 작품처럼 선보였습니다. 여기서 시대적 변화와 세대차이가 팍팍 느껴졌습니다. 다음 세대는 로봇과 어떤 협업을 할지 살짝 기대도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X세대가 본 알파세대의 졸업은 시대가 바뀌어 졸업식을 치장하는 방법은 바뀌었지만, 변함없는 본질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졸업하는 자녀보다 졸업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이 더 벅차고 뿌듯한 그 마음은 여전한 듯했습니다.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배우고 느끼는 특별한 감정이 오늘처럼 특별한 날에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저처럼, 졸업을 맞이한 부모님들 모두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