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한파로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유리창이 얼어붙고 거리에도 지나가는 사람을 셀 정도다.
날씨와 함께 내 마음도 같이 얼어붙어 버렸나 보다. 방학이 3주째로 접어들면서 아이들의 점점 늘어나는 늦잠을 오늘은 참지 못했다.
10시. 운동을 다녀와서도 집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각방에서 아이들은 인기척을 못 느꼈는지 아님 모른척하는지 계속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30여분을 기다리다 방문을 열었다. 오전 11시가 다 되어 흐느적거리며 나오더니 바로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잠깐 있다 보라고 하자 아들은 퉁명스레 말했다.
"금방 공부할 거니 보는 거예요"
참지 못했다. 인내심에 한계를 느꼈는지 해서는 안된다는 그 말을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내뱉고 말았다. 반복되는 늦잠에 화가 난 걸까? 아님, 스마트폰 때문에 화가 난 걸까?
"누굴 위해 하는 공부길래?
안 해도 된다. 그런 공부!"
그러자 말없이 폰을 내려놓고는 식탁에 놓인 역사책을 폈다.
뒤돌아 말없이 주방에서 늦은 아침을 준비했다. 낚지 볶음밥에 계란프라이와 비엔나소시지 몇 개씩 밥에 얻어 내밀었다. 침묵 속에 밥을 먹었다. 둘째는 눈치를 살피며 밥을 먹고, 큰애는 입에 밥을 욱여넣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 시간 뒤 아들은 슬며시 나오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시끄럽게 평소처럼 노래를 부르며 게임을 시작했다. 덕분에 수학숙제로 전개도를 만들던 딸의 집중을 깨버렸다. 덩달아 놀고 싶을 거라는 생각에, 어차피 안 할 것을 알고서 나는 바람 쐬고 온다며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엄마 없이 맘껏 게임하라고 자리를 비켜주고, 추운 날씨에 꽁꽁 싸매고 산책을 하다 마음을 녹이는 커피 한잔을 마셨다. 작년 말에 갔던 송도 대형카페가 생각났다. 밖은 겨울인데도 꽃과 나무로 장식되어 온실 속에서 쉬는 편안한 느낌이 좋았다. 푸릇푸릇이 보고 싶어 그곳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며 잠시 힐링하고 마음을 다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공부를 많이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방학이라고 늦잠에 빠져 건강에 해로운 나쁜 습관이 들까 염려하는 내가 그리 나쁜 엄마일까? 곤히 자는 아이들을 깨우는 건 쉽지 않다. 쳐다보며 망설이기도 하고, 좀 더 자라고 다독거리기도 하는 게 엄마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정도는 있다고 생각한다. 방학만이라도 잠을 실컷 자게 내버려 두는 지인들도 주변에 꽤 많지만, 적당한 수면에 규칙적인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해가 중천에 뜬 9시가 넘어 일어나지 않는 내 생활습관 때문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늦잠 자는 것을 참을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기대어 본다.
"아이들의 겨울방학 수면량은 하루 8-9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자는 동안 깊은 수면과 얕은 수면이 반복되는데, 잠이 들고 2-3시간 정도 내 깊은 수면 시간은 신체를 스스로 회복하고 치료하게 된다. 특히 조직성장과 근육 재생을 자극하는 성장호르몬과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인터루킨이 분비되기 때문에 성장기에 있는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특히 더 중요하다." https://mdtoday.co.kr/news/view/1065574103329420
성인이지만, 아직도 아이들과 같이 성장하고 있는 엄마이기에 오늘도 화내고, 반성하고, 다짐한다. 이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올바른 습관으로 무장해 자라기만을 바라는 엄마의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잘하자고 아이들과 서로 토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