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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층, 스타벅스를 만나다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92

by 태화강고래

얼마 전 남편은 지나가는 말로,

"41층에 위치한 스타벅스가 있다는데, 광교호수공원뷰 맛집으로 유명하대. 언제 한번 가봐."

"같이 가자. 뷰 맛집은 혼자 가는 것보단 둘이 가는 게 제맛인데. 커피 맛은 뒷전이잖아. 스벅 커피맛은 알지."


그렇게 말하고는 잊고 있었다. 주말이 되자, 남편이 다시 이야기를 꺼내줬다. 고맙게도.

그렇게 설레는 맘을 안고 광교호수공원으로 출발했다. 이제 아이들은 추억의 장소인 호수공원에 갈 생각을 1도 안 한다. 큰 애 걸리고, 작은 애 유모차 태워서 거의 주말마다 찾았던 10여 년 전의 호수공원은 이제 우리 기억 속에나 존재한다.


부모의 시간을 30년이라고 친다면, 우리 부부는 10년의 임무는 완수했다. 지난 10년간 부모의 손길을 갈구하는 아이들과 함께 원팀으로 외출했고, 가끔은 우리에게도 둘이 시간을 보낼 날이 올까 싶었다. 친정엄마한테 아이를 맡기고 외출하는 시누이도, 또래 엄마들도 부러울 정도로 나만을 위한 시간은 전무했다. 그랬던 시간들이 생각보다 빨리지나 2년 전부터 우리 부부의 산책 플러스 커피 타임이 가능해졌다. 가자고 유혹해도 꿈적도 않는 아이들, 울산이라는 환경, 건강한 생활습관도 한몫을 해 주말마다 둘이 집 밖으로 나섰다. 광교호수공원을 대신할 정도로 4계절 산책하기 좋은 울산의 선암호수공원을 찾아 산책했다. 봄이면 벚꽃에, 여름에는 장미,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꽃과 얼음꽃으로 눈이 호강했고, 집으로 가기 전 공원입구에 있는 투썸플레이스에서 잠시 쉬며 커피 타임을 즐겼다.


그렇게 둘이 나가 산책하고 커피 마시는 일이 주말의 루틴이 될 정도였다. 그 덕분에 울산에 사는 동안 뷰 맛집 카페를 다녔다. 혼자 다닐 때와 달리, 함께라서 맛집 다니기가 수월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를 맞춰주는 남편이 내편이 되니 고마웠다. 그렇게 우리는 작년에 뷰 맛집으로 인정받은 41층 스타벅스 (2023.5.18 오픈) 구경을 나섰다. 광교호수공원을 내려다보는 41층에 위치한 스타벅스라니. 오전에 갔으나 이미 창가에는 다닥다닥 붙은 테이블을 차지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친구끼리, 아이들 데리고 가족이, 우리처럼 부부가 커피를 앞에 두고 나란히 창을 바라보고 앉았다. 아파트 주민일 수도 있겠고, 우리처럼 구경온 사람들도 있겠으나 창가 자리는 역시나 뷰 맛집에서 최고의 명당이었다. 고층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이 또 있나 검색해 보았다.


1위 : 부산 해운대 엑스더스카이점 (99층)

2위 : 수원 광교 SK 뷰레이크점 (41층)

3위 : 미국 시애틀 Columbia Center 점 (40층)

4위 : 대전 엑스포 스카이점 (38층)

5위 : 대만 타이베이 101점 (35층)


<참고>

https://blog.naver.com/minamii_iii/223121870791



놀라웠다. 우리나라에 3곳이나 있다니. 스타벅스의 브랜드 파워와 고층빌딩이 만나 뷰 맛집 천국을 건설한 한국의 힘이 느껴졌다. 서울타워 전망대나 63 빌딩 전망대에 올라 한강을 바라보듯,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호수를 내려다봤다. 호수공원면적이 2,025,418㎡ [원천호수 373,568㎡, 신대호수 279,435㎡] 라는데, 한눈에 다 들어왔다. 신이 된 듯, 발 밑의 세상은 단순해 보였다. 차 창 밖으로 멀리 겨울산을 바라보듯 평화로워 보였다. 아등바등거리며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뷰2.jpg


매일 바라보면, 이 또한 식상해져 감흥이 없어지겠지만 가끔씩 찾아오면 힐링이 될 것 같았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머리 식히러 올 만한 곳으로 나만의 리스트에 추가했다. 함께해서, 그리고 멀리 볼 수 있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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