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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만이 답은 아닌 것 같다.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93

by 태화강고래

안갯속에 갇힌 느낌이다. 오리무중이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안갯속에서 길을 찾기 어렵다는 뜻으로 일의 갈피를 잡기 어렵거나 상황파악이 어려움을 빗대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운동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 희미한 세상 속 나를 본다.

일주일에 3번씩 근력운동을 다닌 지 10개월이 지났다. 곧 1년이다. 그 사이 회원들이 들락날락했지만 6개월 전부터는 고정 멤버들로 태권도장이 가득 찬다. 그중 강사가 7 공주라 부르는 80년대생 젊은 엄마들이 있다. 옆 동네에서 같이 모여 온다는데 올 때도 안 올 때도 우르르 몰려다녀 그런지 존재감이 크게 느껴진다. 그중 한 엄마만 예외였다. 말없이 혼자 와서 뒷자리에 서서 운동을 했다. 나머지 멤버들은 왜 안 오냐고 묻기도 하고, 데리고 오라는 말도 하며 그 엄마에게 관심을 보였다. 누구나 "살 빠졌네요!"라고 진심을 담은 말을 걸 정도로 몸이 탄탄해지는 게 보였다. 같이 시작은 했어도 나머지 7 공주들과 결과는 다르다는 것을 모두에게 증명해 보였다.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건 꾸준함이었다. 본인의 의지로 결석하지 않은 그 자세가 돋보였다. 그녀를 보며 나도 덩달아 뿌듯했다. 성실상을 수여한다면, 그녀와 내가 다툴 정도였으니까.


그저 운동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에서 욕심이 생기니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집에서 혼자 하는 것보다 지도를 받으며 같이 하는 게 좋았는데, 나도 모르게 변했다. 비교하는 마음이 생기며 잘하고 싶어졌다. 동작 시범을 보인 후 강사는 돌아다니며 자세를 잡아준다. 학교 수업 때처럼, 부족한 부분을 가르쳐주는데, 관심이 미치는 정도가 달랐다. 발걸음을 멈추고 자세를 교정해 주는 회원들이 정해져 있는 게 눈에 보였다. 또한 가르쳐 준 것을 잘 소화하는 학생에게 자주 다가갔다. 꾸준히 다니기는 했지만, 내 수준은 그렇지 못했다. 등록 때부터 암 경험자라고 밝혔기에 강사는 내 페이스에 맞춰 천천히 하라고 했고, 무리하게 내 자세를 잡아주지 않았다. 앞뒤 회원의 자세를 잡아주고 유유히 나를 비켜갔다. 서로 일종의 합의를 했고, 스스로 다독여도, 어떤 날은 묘하게 기분이 상했다. 나에게 다가와 자세를 잡아주고 가는 날이면 뭔가 배우고 가는 것 같은 착각에 기분이 좋기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동작에만 집중해야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언제쯤 잘하고 몸이 더 좋아질까?'

'나는 나대로 하면 돼.'

'어린애처럼 유치하게 비교하지 마.'

속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꾸준함이라는 성실한 자세 이전에 보이지 않는 체력이 밑받침되어야 꾸준함도 빛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깨웠다. 부실한 몸을 갖고 있으니 같은 꾸준함을 투자해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계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냥 하는 게 아니라 기본이 튼튼한지를 점검하며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평상시 잘 먹고, 잘 자고,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비교하는 마음과 성급함을 내려놓아야 한다. 다 아는 이야기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한 편씩 꾸준히 쓰는 것을 목표로 한 덕분에 다음 주면 100편을 발행한다. 그저 써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쓰는 건 하고 있다. 운동과 글쓰기의 두 축으로 하루를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쓰기도 시작은 했지만, 꾸준히 쓰는 게 어렵고, 꾸준히 쓰는 건 더 어렵다. 글쓰기 전 쌓아놓은 독서력과 문장력이 뒷받침되어야 제대로 읽을 만한 글이 나오니 말이다. 쓰는데 의미를 두니, 부족함이 많이 느껴지고 그래서 흔들리고 답답할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책을 편다.


운동도 글쓰기도, 어쩌면 인생의 거의 모든 일에서 "기본이 탄탄하게, 꾸준히, 잘" 해야지 자신 있게 "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단지 "꾸준히"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몸과 마음에 보이지 않는 영양공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안갯속을 벗어나기 위해 제자리서 발버둥만 친다고 벗어날 수 있을까? 그저 내 할 일을 다하면서 가다 보면 안개가 걷힐 날이 올 것이다. 기약이 없기에 답답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면 언젠가는 조금이라도 벗어날 거라고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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