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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 테스트를 해 보았다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02

by 태화강고래

갑자기 "예민한 사람"이 되었다.

담당 의사의 입에서 무심코 흘러나온 말.


"예민한 사람은 더 힘들게 느끼지요."


병과 함께 살면서 예민한 사람으로 변했을까?

아님 타고난 예민함일까?


MBTI 같은 테스트에도 별 관심 없이 사는 사람이지만, 타인의 말이 마음에 남아 거슬리는 것을 보니 예민하긴 한가 보다. 그래서 검색을 해봤다. 예민함 테스트라는 게 있었다.



삼성 서울병원 전홍진 교수의 예민함 테스트 문항이 있었다.

1. 배우자가 한 사소한 말에도 쉽게 화가 난다.

2.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답답하다.

3. 층간소음에 민감하다.

4.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다음날 힘들어할 때가 많다.

5. 끔찍한 영화나 TV를 보지 못한다.

6.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린다.

7.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지 항상 걱정한다.

8.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못한다.

9. 먼 미래의 일까지 미리 걱정한다.

10. 큰 병이 있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11. 사람들에게 소심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12. 문단속, 지갑이 제대로 있는지 여러 번 확인한다.

13. 운전할 때 사고가 나지 않을까 지나치게 걱정한다.

14. 항상 긴장 속에 사는 것 같다.

15. 중요한 일을 앞두고 설사나 변비에 시달린다.

16. 밤에 무서워서 TV를 틀거나 불을 켜고 잔다.

17. 사람들과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한다.

18. 긴장하면 호흡이 잘 안 될 때가 많다.

19. 감정 기복이 심하다.

20. 쉽게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21.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22. 여러 사람 앞에 서는 것을 피한다.

23.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24. 시험, 발표에서 늘 평소보다 실수를 많이 한다.

25. 권위적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하다.

26. 약을 먹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다.

27. 가족이 늦게 들어오면 사고가 난 것 같아 불안하다.

28. 배우자가 바람을 피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7개 이상이면 예민한 사람이라고 한다. 테스트상에서 볼 때 6-7개 정도 되니 예민한 사람이었다. 성격테스트 결과를 전적으로 다 수용할 수는 없겠지만, 나를 돌아보고 생각하게 한 계기는 되었다. 무던해 보이지만 실상은 아닌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곰 같은 여자가 아니라 살짝만 건드려도 상처가 나는 유리 같은 여자였을까? 주변 자극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밖으로 드러내지 못해 스트레스로 병이 난 걸까?

예민했으나, 그저 "예민하다"라는 성격을 묘사하는 "단어"만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병을 얻고 난 뒤, 세상에 대한 욕심은 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다. 성공과 소유, 타인에 대해서. 스스로 최대한 마음 편하게 살겠다고 다짐했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대신, 다른 쪽으로 되려 욕심이 커져버렸다. 아픈 것 못 참는 건강염려증을 품은 예민한 사람이 되었다. 인정하기 어렵지만 타고난 예민함을 부채질하는 건 육체적 고통이다. 여기저기 아픈 게 싫어 조금이라도 아프면 병원에 간다. 고통보다 더 싫은 건 고통과 마주하며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무기력한 수동적인 내 모습이다. 아까운 시간을 잡지 못하고 그저 손 놓고 보낸다고 생각하는 성격도 한몫을 한다. 일상에서 정해진 루틴을 이행해야 하루하루가 뿌듯하며 살아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살아있다는 느낌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감사하는 나를 만날 수 있다. 아프지 않기 위해 아픈 것을 살피다 보니 때로는 예민해져 피곤하다. 평상시에는 잊고 살다가 아픈 곳이 생기면 예민함이 눈을 떠 나를 괴롭힌다. 이 또한 적당히 거리를 두고 편안해져야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 텐데 아직은 그게 잘 안된다. 다음 주면 암 진단 5년이 되는데, 건강에 대한 집착은 쉽게 나를 떠날 거 같지 않다. 이 또한 내려놓아야 할 텐데. 죽기보다 더 싫은 게 아픈 거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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