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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한 공연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03

by 태화강고래


혼밥, 혼공에 이어 혼감상까지...

3부 공연으로 구성된다.


희미한 나팔소리부터 웅장한 트럼펫 소리로 시작 알린다.

뚜뚜뚜뚜뚜뚜뚜뚜뚜뚜뚜...........................................

똥똥똥똥똥똥똥똥똥똥똥...........................................

에구에구에구에구에구에구........................................

쿵덕쿵덕 경쾌한 비트가 반복된다.

조영제가 혈관 속으로 쏴아 퍼지며 공연 마무리 전 10분 클라이맥스로 향한다.

증기기관차 여러 대가 동시에 행진하듯 밀어붙이는 비트에

발맞추듯 앞으로 전진한다.

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

나다나다나다나다나다나다.......................................

뚜뚜뚜뚜뚜뚜뚜뚜뚜뚜뚜뚜.......................................

시작과 같은 나팔소리가 다시 등장하며

30분간의 공연이 끝난다.



고가, 나만을 위한, 마지막으로 할인받는 공연이라 제대로 감상하기로 마음먹고 들어갔다. MRI 검사는 수면캡슐 같은 통속에 들어가 귀를 이중으로 틀어막아도 쨍쨍하게 울리는 소리에 정신이 몽롱해진다. 1년에 한 번, 유방암 추적 검사 중에 가장 힘들어, 예약순간부터 걱정이 앞서는 검사다. 특히 이마를 붙이고 입도 눌린 채 엎드린 자세로 30분간을 견뎌야 해서 몸이 뻣뻣해진다. CT 검사 후 이틀 만에 연달아 조영제를 투입하는 검사라 몸이 힘들고, 최근 수술부위에 염증도 생겨 그 부위에 자극이 될까 이래저래 염려를 안고 시작한 검사였지만 탈없이 무사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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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검사비용 촬영 자세(사진:네이버)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처럼, 오늘의 마지막 검사는 의미를 부여하며 잘 마무리했다. 내 생각대로 약간 왜곡되어 들리는 리듬에 빠져 마음껏 나를 응원했다.


나다나다나다나다나다나다


세상의 중심에 나를 두고 살아보고 싶다!




토요일 이른 아침이라 오랜만에 대학병원이 참 한산하다. 번잡한 쇼핑몰에서 한적한 재래시장으로 변신한 듯 인적이 드물다. 외적인 이유도 한몫하겠지만 오래간만에 대기 없이 번호표 뽑고 바로 채혈검사까지 마쳤다.

5년을 마무리하는 모든 검사를 마쳤다. 가족과 축하파티라도 하기 전, 혼자 산정특례종료를 축하하며 병원 내 익숙한 스타벅스에서 쉬었다. 여기도 오늘만은 조용히 사색하기 참 좋다. 창각에 앉아 병원에서 보냈던 숱한 지난날을 잠시 되돌아보고 기쁜 마음으로 문을 나섰다.

수고했다. 유일하게 해 주고 싶은 말.

마지막 검사까지 무탈하게 마무리 한 나 자신과 주변 환경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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