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이다
집집마다 부산스럽다
엘리베이터 가득 싣고 오르락내리락
아파트가 들썩인다
횡단보도 앞이 붐비고
아이들이 한 곳을 향해
걸어간다.
쌀쌀하지만
따스한 햇살이 비치고
긴장되지만
응원과 격려 듬뿍 받고
겨우내 웅크렸던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선다
새 학기를
만나러 간다
3월 4일이다.
두 달간의 방학을 마치고 아이들이 설렘과 떨림을 품고 집을 나섰다. 아들은 중학생이 된 첫날이다. 어색하게 교복을 입고 셔틀을 타고 학교로 떠났다. 딸은 익숙한 학교지만 준비물을 가득 안고 학교로 떠났다. 잘 다녀오라고, 어깨를 두드리며, 몇 번이나 할머니처럼 말을 건네고 아이들을 보냈다.
개학 전날, 각자 준비물을 챙기고 각자의 앞에 펼쳐질 생활을 떠올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다.
오늘이 방학식이면 좋겠는데, 방학이 빨리 지나간 거 같다는 둥 계속 집에 있고 싶다는 투정도 잊지 않았다.
갑자기 집이 텅 비었다. 늦잠에 게임에 잔소리로 어수선하던 집도 함께 떠나갔다.
엄마도 이제 엄마의 시간표대로 살 때다.
엄마의 이중생활에 설렌다. 아이들의 설렘과 또 다른 나만의 설렘을 찾아 움직일 때다.
남편이 물었다.
"애들 학교 가면 오전에 뭐 해?"
"시간이 부족하지 할 건 많아. 알잖아."
속으로 빙그레 웃었다.
2024년 3월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모두가 응원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방학 동안 아이들 챙기느라 수고한 부모도, 부모 밑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던 아이들도, 각자 자기 자리를 찾아오고 가고 그렇게 우리는 성장하는 중이다.
서로에게 격려와 용기를 듬뿍 주며 첫날의 그 느낌 그대로 한 발짝씩 뗄 수 있기를 바란다.
첫날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은 서로 자기 얘기를 먼저 들어달라고 경쟁하듯 이야기를 꺼내 놓느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떨어져 보낸 시간만큼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다시 솟구쳐 오르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