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05
"언니, 옹심이 좋아해?"
"딱히 싫어하진 않아."
"탄천 부근에 맛집 있는데 거기 가요."
감자 옹심이는 감자와 녹말을 반죽하여 끓여 먹는 강원도의 향토음식으로 유명하다. 감자 수제비와 비슷한 비주얼이지만 좀 더 동글동글해 새알심과 수제비 중간의 형태를 띠고 있다. 주변 곳곳에 나름 맛집이 있다는데, 언제 다 알고 먹어봤는지 그녀를 볼 때마다 신기할 따름이다.
옹심이 칼국수가 거기서 거기겠지 하고 따라나섰다. 그저 바람 쐬고 기분전환이 필요했다. 탄천길을 따라 같이 걸으며 애들 이야기, 내 이야기, 그녀 이야기를 하며 식당 앞에 도착했다. 11시 오픈인데, 이미 가게 앞에 삼삼오오 대기 중인 사람들이 보였다. 식당안도, 밖도 40-60대까지 다양한 연령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식당의 주요 손님 같았다. 크지 않은 식당 안에는 테이블이 10여 개 있는 정도였지만, 한눈에 봐도 참 깔끔했다. 음식도 정결하다고 같이 간 그녀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점심 장사만 하고, 대기는 보통이며, 옹심이를 손으로 매일 직접 만든다고. 슬쩍 기대가 생겼다.
그녀는 나에게 맛보게 해 준다고 이름도 생소한 크림 옹심이를, 나는 일반 옹심이칼국수를 주문했다. 애피타이저처럼, 열무김치와 무생채를 보리밥에 비벼 먹고 나니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보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크림 파스타에서 시작해 크림 떡볶이, 크림 우동, 크림 만두, 크림 새우 같이 크림으로 만든 요리가 참 다양해졌다. 그런 가운데, 크림 옹심이라니... 생각지 못한 퓨전음식이었다. 강원도 옹심이가 크림소스와 만나 쫄깃함과 부드러움, 달달함이 은근히 조화를 이루었다. 여기서도 동서양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치즈를 누룽지 같이 만들어 포인트로 올려놓기까지 하니, 크림 파스타 같이 멋스러워졌다. 음식을 앞에 두고, 한참을 웃었다.
"언니, 맛있죠? 난 올 때마다 이거 먹어요."
"색다르고, 부드러워. 아프기 전엔 치즈와 크림을 엄청 먹었는데. 맛있어. 색다른 맛이야. 안 어울리는 거 같은데 어울리네. 감자와 크림이니. 안 어울릴 것도 없지."
내가 주문한 늘 먹는 옹심이 메밀 칼국수도 담백한 맛에 이끌렸지만, 오늘은 크림 옹심이로 색다른 맛을 경험했다. 생각의 틀을 벗어나, 이리저리 시도해 보면 뭔가는 나오기 마련인가 보다. 혼밥도 좋지만 가끔씩 함께하는 밥에, 색다른 경험에 에너지가 200프로 솟아오른다. 다음엔 가족들과 함께 와 보겠다고 하며 잊지 못할 하얀 크림 옹심이집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