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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밥이 중요하다!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07

by 태화강고래

"엄마 배고파요. 먹을 거 주세요!"



5교시든, 6교시든 하교 시간과 상관없이 집에 들어서는 순간, 아들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이었다. 과거형이 되었다. 이번주부터 아들의 입에서 이 말은 사라졌다. 급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중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후 더 이상 듣지 않아서 다행이다. 근처 유일한 사립중학교인 아들의 학교는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 없는 학교인 듯했다. 아파트 단지들과 떨어져 있어 다니는 학생이 적고, 예체능학생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다 보니 맘카페에서도 그곳 정보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입소문을 통해 들리는 오직 한 가지 정보는,


"거기, 급식이 맛있어서 애들이 좋아한대."

그 말이 사실이었을까? 첫날 급식을 먹은 아들에게 물었다.


"급식 어땠어?"

"맛있어요!"


먹을 게 없다고 초등 6년 내내 거의 안 먹고 오던 애 입에서 맛있다는 말을 들었다. 입학 첫날 부대찌개가 나왔는데 햄이 9개나 들어있었다고, 닭다리살 스테이크에 케이크까지 먹을 게 많았다고. 편식쟁이의 입을 즐겁게 할 만했다. 햄부대찌개와 닭. 일주일에 5번 점심때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같은 고기가 빠지지 않는다. 성장기 아이들의 입맛을 알고 양도 푸짐하게 주는 듯했다. 급식판을 가득 채운 점심이 보기에도 푸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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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수업을 받는다니 너무 감사하다. 중학교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데 배고프다고 짜증 내며 45분이라는 수업시간을 시계만 바라보다가 집에 걸어오지 않아서 다행이다. 특별할 거 없는 간식으로, 만두, 치킨너겟, 샌드위치, 라면, 떡볶이, 김밥을 돌아가며 준비하지 않아서도 좋다. 전문가의 식단으로 전문가가 만들어준 급식을 먹고 와서 눈물겹게 고맙다. 이번주 아들의 급식 만족도는 "상"이다. 전직 영양사였던 지인을 통해 들으니, 중학교와 초등학교의 급식 단가가 달라서 고기도 더 많이 주고, 양도 더 많이 준다고 했다. 성장기 청소년의 중간 식사를 담당하니 만큼 재정지원이 듬뿍 들어가면 좋겠다.


한편, 딸의 이야기는 다르다. 작년까지 오빠와 다르게 학교 급식에 대한 만족도가 꽤 높았다. 편식이 덜하니 잘 먹고 오는 편이었다. 그런데... 5학년이 되면서 급식시간이 뒤로 밀리게 되자 만족도가 급하락 했다. 일단, 유치원부터 4학년까지 다 먹고 먹으니 음식이 식어 맛이 없다고 투덜댄다. 둘째, 더 먹고 싶은데, 6학년을 고려해 배식을 주니 풍족하게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이미 oo가 떨어졌어, oo는 조금만 줘라는 식의 배식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고. 이전까지 잘 먹던 급식을 제대로 못 먹게 된 후 딸이 변했다.


"엄마, 배고파요."


오빠가 떠난 자리에 동생이 자리를 잡았다. 하교 후 간식을 챙겨야 하는 일이 없어질까 봐 일거리를 남겨두기라도 한 것처럼... 그래서 이제는 딸의 간식을 챙긴다. 그나마 고구마와 감자를 먹고 덜 까다롭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밥만큼이나, 아니 오후를 책임지는 점심밥은 훨씬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학교 급식은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당근과도 같은 존재다. 배고파서 그냥 먹던 시절의 아이들이 아니다. 안 먹고 오면 안쓰러워하는 엄마가 입맛에 맞춰 이것저것 챙겨주니 아쉬울 게 없다. 뭐라도 먹여야 한다는 의무감에 엄마는 눈높이에 맞춰준다. 하교 후 집 앞 분식점과 핫도그가게 앞에 엄마와 아이들로 붐비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이들의 입맛이 다르고, 특히 요즘 아이들은 귀하게 자라서 맞추기 어렵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좋아하는 음식과 먹어야 하는 음식을 적절하게 균형을 맞춰 급식시간을 기다리게 만들어 주면 좋겠다. 단체급식 운영이 말만큼 쉽지 않다는 건 안다. 그래도 보통의 엄마가 전문가에게 바라는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엄마의 부담을 덜기 위해 떠 넘기는 게 아님을 알아주시길. 집과 학교라는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만 신경 써 아이들의 점심밥이 즐거운 밥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밥심으로 사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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