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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08

by 태화강고래

산책했다. 늦은 아침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패딩을 입고 장갑을 낀 채 이어폰 없이 발걸음을 뗐다. 집안은 유튜브 정지 화면 같지만, 바깥은 역시나 분주했다. 따스한 햇살을 받은 탄천에 반짝이는 윤슬은 강과 바다에서 보는 윤슬만큼은 아닐지라도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웠다. 여기저기 들리는 까까 까치소리와 소리 없이 움튼 새잎들이 나를 멈춰 서게 했다.


변함없어 보이는 일상 속 산책길에서 봄을 미리 만났다. 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으로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난히 길게 느껴지던 겨울 추위의 끝자락에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알아서 피고 지고 하는 그들을 보며, 오늘은 내가 먼저 알아주고 오래 바라보며 응원해 줬다. 가끔은 그런 눈길이 필요할까 싶어 먼저 다가가 마음을 건넸다.


""

언제 들어도 이 한마디에 설렌다.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을 품게 하는 봄의 매력 앞에 나도 어쩔 수 없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인생의 봄도, 일상의 봄도, 소리내서 준비하고 기쁘게 맞이하라고. 얼어붙은 채로 변함없이 가만히 있으면서 봄을 기대하지 말라고. 오늘도 탄천에는 각자의 봄을 위해 걷고 뛰는 사람들로 가득한 것을 보니 발걸음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봄은 소리 없이 찾아오지 않아. 눈에 띄지 않고 들리지 않을지언정 각자의 자리에서 애써야 맞을 수 있는 거니까. 움튼 새 잎을 보며 화려한 봄꽃으로 덮일 탄천을 그리며 돌아왔다.



탄천길에서 만난 새 잎






눈풀꽃


루이스 글릭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눈풀꽃은 이른 봄 땅속에서 피어오르는 작고 흰 꽃으로 설강화 또는 스노우드롭이라고 한다.

<마음챙김의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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