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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타 연습으로 자신감이 쑥쑥

아침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11

by 태화강고래

겨울방학 동안 집에서 영어단어를 외우고 리딩과 리스닝 문제집을 풀던 딸이 다시 학원으로 돌아갔다. 누구는 방학 특강을 하느라 쉴 틈 없이 방학을 보낼 때 우리는 학원을 끊고 쉬며 자율적으로 영어 학습의 명맥을 이어갔다. 무리해서 밀어붙이지 않고 시간을 주었다. 쉴 만큼 쉬었으니 개학과 함께 딸도 나도 이제는 다시 학원으로 갈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수준에 맞지 않은 단어를 외웠던 소규모 학원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레벨 테스트를 보고 대형학원으로 갔다. 처음으로 학원 셔틀버스를 타고,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이번주부터 학원수강을 시작했다.


소규모 학원과는 다르게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학원에서 온라인, 오프라인 숙제를 받아온 딸은 당황스러워했다. 그동안 오빠가 알아서 척척 숙제를 해 내던 것을 감탄하며 자신 앞에 떨어진 숙제를 스스로 해보려고 끙끙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도전은 단어를 온라인 사이트에서 타자를 치며 학습하는 것이었다. 영타 연습을 해 본 적이 없어 두세 번 실패 후 울음을 터트렸다. 프로그램에서 정해진 단어를 10초 안에 써 내려가야 했지만, 마음과 달리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지 않자 나를 붙잡고 서럽고 원통하게 울었다. 처음해 본 아이들에게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영타 연습을 안 해봤는데 어떻게 해?

단어는 아는데 다 치기 전에 시간이 끝나가! 어떻게! 숙제해야 되는데!"

"영어 타자 연습을 좀 해보자. 매일 20-30분씩 만이라도 하면 속도가 붙을 거야. 연습하면 돼. 해보자!"


우리의 대화를 듣던 아들은 얼른 인터넷에서 영타 연습 프로그램을 찾아서 동생에게 보여주었다. 처음 한글 연습을 하던 한컴 타자 연습보다 좀 더 세련되고 깔끔한 디자인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알파벳의 위치까지 그림자로 보여주니 한결 편안해 보였다. 그렇게 나와 아들의 응원을 받아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작은 손가락을 자판에 두고 한 자 한 자 치더니 속도가 붙은 결과를 보고 자신감을 회복했다. 아직은 작은 체구의 딸의 뒷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하겠다는 의지로 앉아 있는 모습이 예뻤다. 수요일부터 매일 조금씩 연습한 결과 단어 숙제를 제한 시간 내에 끝마치자 기쁨과 흥분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탄천을 산책하던 나에게 바로 전화했다.


"엄마! 숙제 다 했어요! 숙제를 마치니 체크 표시가 드디어 나왔어요!"

"대단해! 잘했어! 칭찬 듬뿍! 노력하니 되네!"

"연습하니까 되네요! 너무 좋아요! 진짜 해피해요!"


난 언제 영타연습을 했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영문과를 다니며 영어로 숙제를 하고부터 영타가 늘었던 기억만 있다. 이번에 딸의 영타연습을 지켜보며 마음만 먹으면 학습하기에 좋은 프로그램이 사방에 널려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별거 아닌 영타 치기가 딸을 울리더니 이제는 자신감을 끌어올려 웃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일상의 노력과 도전, 그리고 작은 성공의 경험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전문가들의 말이 맞다는 것을 또 한 번 실감했다. 딸을 통해 나도 함께 배울 수 있어 흐뭇했다. 수동적인 잔소리 대신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계속 만들어줘야겠다고, 그러면서 나도 함께 능동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대만족이었다. 앞으로도 계속해보자. keep 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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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타연습중인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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