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알로하! 하와이!

하와이 여행기 1

by 태화강고래

하와이!

"니가 가라 하와이," 신혼여행지, 와이키키비치, 고급 리조트


고작 4박 6일 다녀오는데 1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가끔 소설이나 영화 속 주인공은 평생 꿈에서라도 한번 가보겠다는 다짐을 하고 백발노인이 돼서야 회한의 장소를 찾아 눈물을 흘린다. 나에게, 그렇게까지 어마어마한 곳은 물론 아니다. 신혼여행지라서, 리조트에서 쉬는 것을 좋아해서도 아니다. 그저 공부해 보겠다고 2년 넘게 살던 곳이라 한 번은 다시 오고 싶었다. 얼마나 변했을지. 드디어, 마침내, 50-60대가 되기 전에 왔다.

2005년, 처음 그때처럼 홀로 훌쩍 떠났다. 통 크게 맘먹으면 8시간 비행으로 이렇게 쉽게 올 수 있는 곳을.


하와이 공항에 도착하자 그 냄새가 났다. 기억하는 하와이 냄새.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제주도의 냄새와 다르고, 발리의 냄새와도 다르다. 엄마 냄새와 외갓집 냄새 같은 고유한 냄새. 하와이는 그 냄새를 여전히 풍기며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나만 변했구나. 하와이안 항공이 출발지연으로 늦게 도착한 덕분에 공항 셔틀을 혼자 타고 가면서 운전하시는 한국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하와이 냄새는 그대로네요."

"저도 한동안은 그 냄새를 구분했는데, 20년 넘게 사니 이젠 한국에 다녀와도 그 냄새를 모르겠어요."

"어떻게 혼자 오셨나 봐요?"

"네, 혼자 오는 사람은 드물죠?"

"아니에요. 요새는 여성분들이 혼자 오세요. 얼마 전에도 40대 여성분이 혼자 왔는데 이런저런 사연이 있더라고요. 유방암 치료하고, 이혼하고, 남편은 없으니 친구한테 애들 맡겨놓고 여행 온 분도 있었어요."

"아. 저도 유방암 치료하고, 남편에게 애들 맡겨놓고 왔어요. ㅎㅎㅎ"

"돈 아낀다고 라면만 먹지 마시고 잘 쉬다 가세요."

"햇반 몇 개 싸왔는데. 물가가 하도 비싸다고 해서요. 사 먹기도 해야죠."


공항에서 와이키키 호텔까지 20여분 걸려 도착했다. 3시 체크인까지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짐은 카운터에 맡기고 거리로 나왔다.


"자유다! 얼마만의 혼자 여행인가? 다시 이 길을, 이 하늘을, 이 야자수를 보게 되다니!"


그렇게 감격스러운 혼잣말을 하며 와이키키 해변 쪽으로 걸어갔다. 한국보다 19시간이 늦어 하와이는 오후 1시, 한국은 오전 8시. 오랜만의 비행으로 피곤했지만 설레는 마음은 주체하지 못했다.


하와이는 그대로였다.

들뜬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관광객들로 가득한 관광지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었다.



KakaoTalk_20240412_174030038 (1).jpg
KakaoTalk_20240412_174030038_04 (1).jpg
KakaoTalk_20240412_174030038_01 (1).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