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기 7
단점을 찾으라면...
원하지 않아도 집에 있는 아이들이 생각난다
결혼 후 처음으로 홀로 떠났다. 공항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나 자신만을 바라봤다. 챙길 아이들도, 의논할 남편도 곁에 없이 오롯이 혼자였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고, 혼자 움직이면 됐다. 비행기에서 만난 옆자리 여성도 알고 보니 홀로 지인 찾아 여행 가는 동갑내기 엄마였다. 반가워하며 서로를 응원해 주었다. 빅아일랜드 투어 때 만난 엄마는 툴툴대는 아들 챙기느라 짜증이 났는지 혼자 온 나를 부러워했다. 다음엔 본인도 용기 내서 혼자 떠나보겠다고, 파파고도 있으니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하여 갑자기 내가 뭐나 되는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그랬다. 혼자 오니 세상 편했다. 입맛 까다로운 애들 먹거리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고, 늦잠 자는 애들 깨워서 구경 다닐 필요도 없고, 지루하다고 힘들다고 툴툴대는 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게 oo 필요 없다로 끝날 정도였다.
바다를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나를 재촉할 사람도 없이 원하는 만큼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른 아침 와이키키 해변을 맨발로 걸으며 풍경을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생명수 같은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마실 수 있어 좋았다. 사진으로 남기고 메모장에 몇 자 적어 남기며 기자인양, 기록 수집가인양 잠시 머무르다 흘러가는 생각과 느낌을 잡아채기도 편했다. 나만 쳐다보면 되니까. 다음번 기회가 된다면, 브런치 작가님들처럼 스케치, 수채화나 파스텔로 풍경을 내 손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집에 돌아가면 그림 그리기를 해보고 싶게 만들었다. 일상을 떠나온 여행자로서의 비일상적인 일상을 소중하게 보내느라 바쁘게 보냈다. 이렇게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산다면, 금세 지칠 정도였다. 정해진 시간만큼이니 온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었다. 혼자만의 여행이 꼭 필요하구나를 것을 새삼 느꼈다.
모든 게 좋았다.
그러나 두 가지가 걸렸다.
흔히 말하듯,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암과 동행 후 첫 해외여행이라 그런지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 숙소로 돌아오면 하루를 정리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패턴을 유지해야 했다. 감기기운이 있어 감기약을 미리 먹고 자고, 출국 전까지 신경을 거스르던 가슴 통증도 매일밤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혹시라도 한국도 아닌 낯선 곳에서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져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호텔방에 혼자 누워있을 때는 아파도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약간 두렵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게도 엄마로 살아온 시간 탓인지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다가도 문득문득 아이들이 잘 있을까라는 생각이 이미 머릿속에 들어앉아 있었다. 애들 두고 어떻게 해외여행을 가냐는 친정 엄마를 뒤로하고 떠나온 나름 이기적인 엄마였다. 19시간 시차에도 불구하고, 매일밤 가족들과 페이스톡을 하면서 서로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5학년 딸은 어른처럼 나를 걱정하며 집안을 돌보고 있는 듯 이야기해서 한편으로는 고맙고 한편으로는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