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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May 12. 2024

소비만 하는 내가 싫었다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36

며칠 전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oo에서 보낸 택배가 곧 도착한다는 문자였다. 

문자를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며 침울했던 기분이 확 바뀌었다. 


"이게 되네! 신기하다! 웃기다!"


한 달 전쯤인가 서평단에 신청했다. 처음이었다. 매번 해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만뒀다. 온라인에 서평을 쓴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해서 용기를 내지 못했다. 블로그에 가끔 끄적이던 게 전부였다. 남에게 보이는 글을, 그것도 홍보용 글을 쓴다는 게 자신 없었다. 그런데, 어쩐지 그날은 신청 버튼을 눌러버렸다. 집을 나서면 소비만 하는 나 자신을 보는 게 지겹고 화가 났던 날이었다. 물론, 나를 위해 사치품을 사는 것도, 값비싼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닌데 그저 신용카드를 하루에도 몇 번씩 긁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나를 위해 썼다면 기분이 나았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말이다. 소비자 대신 생산자가 되고 싶던 날이었다. 단 돈 천 원이라도 벌고 싶은 날이었다. 


집에 돌아와 출판사 블로그를 보다가 서평단 모집에 신청을 했다. 책 한 권 공짜로 받아서 읽고 몇 자 적어 올리면 되겠다 싶었다. 작가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제목을 보니 관심 있는 주제에 전문서적이 아닌 에세이라 만만해 보였다. 그렇게 신청한 뒤 잊고 있던 책이 도착했다. 선정되었다는 메시지도 없이 책이 하늘에서 떨어져 우리 집에 들어왔다. 


그렇게 첫 서평을 쓰게 되었다. 그냥 읽을 때와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직장에서 문서작성할 때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마감일을 맞춰야 했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다. 밑줄 긋고 읽어 내려간 페이지를 살피고 또 살피며 조심스럽게 쓸 내용을 표시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게시하기로 한 SNS 두 곳에 게시했다.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누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얼떨결에 처음 도전한 일이 되었다. 심장이 뛰었다. 한두 번 서평도 쓰다 보면 보는 눈과 쓰는 눈이 생기겠지만 신참은 참 많이 긴장했다. 소비대신 생산을, 책 받아 글쓰기라는 생산적인 일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나를 감쌌다. 고물가 시대, 무한 소비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주부로서 서평을 잠시 이용했다. 생산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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