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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May 16. 2024

행복해 보인다는 말씀에...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38

행복한 시절?


편은 돌아가고 싶은 시절 이야기를 가끔 꺼낸다. 2016년, 그때를 꼭 찍어서 얘기한다. 그렇지. 지나고 보니 참 행복했다. 


애들 유치원을 다니니 밀착 육아에서 어느 정도 벗어 몸이 편해졌다. 학습에 신경을 안 쓰니 서로 눈에 보이는 스트레스가 없었다. 어느 누구의 건강제도 없어 무풍지대에서 사는 듯 집안팎으로 무탈하던 시절이었다. V자를 그리며 해맑은 웃음으로 사진을 찍는 아이들이 곁에서 잘 자라고, 우리 부부는 각자의 일터에서 밥벌이에 신경을 쓰면 됐다. 주말이면 엄마아빠 껌딱지라 떨어질까 무서워 손을 꼭 잡고 나들이를 다녔다. 


그래서 지금은 안 행복한가? 그때와 다르지만 그때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게 되었다. 아이들이 커진 만큼 서로를 아끼는 마음도 같이 커졌으며 행복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진 덕분이다. 아파보니, 그리고 삶의 경험치가 누적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행복을 느끼고 알아차리는 감각이 살아나 행복감에 민감해졌다고나 할까. 


며칠 전 시어머니로부터 카톡이 왔다. 한 번도 카톡을 보내시지 않는 분이라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얼른 확인했다. 어떤 말씀도 없이 그저 박완서 작가의 "일상의 기적"이라는 글을 친구분에게서 받고 나한테 전달하신 거였다. 좋아하는 작가라서 고개를 연신 끄덕끄덕이며 읽어 내려갔다. 아프고 나니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었다. 건강했다면, 무심코 넘겼을 문구하나하나에 내 몸이 반응했다. 




-일상의 기적-
                                                                                           박완서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서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종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까지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킬 줄은 예상조차 못했던 터라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중이다. 


이때 중국 속담이 떠올랐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예전에 싱겁게 웃어 넘던 그 말이 다시 생각난 건, 반듯하고 짱짱하게 걷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괜한 말이 아니었다. 


'아프기 전과 후'가 이렇게 명확하게 갈리는 게 몸의 신비가 아니고 무엇이랴.




잘 읽었다는 공감의 메시지는 보냈지만 그냥 마무리하기가 약간 허전했다. 보너스 기쁨을 드리고 싶어 남편의 생일날 다 같이 케이크를 불었던 사진을 보내드렸다. 아들과 손자손녀 모두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바로 답장을 보내셨다. 


시어머니와 주고받은 카톡 메시지


가정의 달 5월이라 더 행복한 것도 덜 행복한 것도 아니다. 그냥 행복하다고 느끼는 날들이 많아졌다. 명품백이 없어도, 벤츠가 없어도, 해외여행을 못 가도 우리 4명은 행복하게 자주 웃는다. 공부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몸이 점점 말을 안 듣는 날이 늘어나지만 그래도 아직은 웃을 수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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