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40
낮 기온이 25도 이상을 넘는 화창한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때도 지금처럼만 좋았다면, 그날이 더욱 완벽했을 텐데. 애써 아무리 포장해도 아쉬움은 가려지지 않는다.
오후 3시경에 비 예보가 있어 도착하자마자,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워터파크로 향했다. 오랜만에 함께 여행온 아들은 코로나 19 이후 처음으로 물놀이를 한다고 살짝 들떠 있었고, 딸은 오빠와 같이 놀 수 있다고 더 붕붕 떠있었다. 물속에 들어갈 수 없는 나를 대신해 남편이 아이들의 보호자 역할을 했고, 나는 덕분에 혼자만의 자유시간을 가졌다.
당연히 산책에 나섰다. 여유롭게 해안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니 쏠비치의 유명한 카페로 이어졌다. 마마티라라는 오션뷰 카페로 아기자기한 데코레이션이 동화 속 마을을 방문한 듯 인상적이었다. 한참 사진을 찍고는 거센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앉아 그냥 가긴 아쉬운 마음에 뷰 값을 하는 비싼 커피 한잔을 마셨다. 먹구름이 몰고 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바라본 하늘과 바다도 역시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산토리니 광장에서 유명한 상징물인 종을 보자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올 것이 왔다! 한두 시간이라도 조금만 더 즐길 여유를 주지. 산토리니 광장을 혼자서 걸으며 남편과 전화했다. 비가 오니 실외 풀장에서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고. 산토리니 광장을 뒤로하고 실내로 들어와 체크인을 기다렸다. 혼잡한 로비에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다.
물놀이를 마치고 재회한 가족들과 숙소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창밖으로 세차게 내리는 비가 텅 빈 산토리니 광장을 적시고 있었다. 비가 안 왔다면, 사람들로 가득했을 광장이 쉬고 있었다. 조명이 켜진 밤의 산토리니 광장 풍경이 멋지다고 하던데... 숙소에서 혼자 연신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밤은 점점 깊어져갔다.
아침 바다는 전날보다 한층 더 거센 파도로 일렁이고 있었다.
비 오는 날의 여행. 운치가 있으면 좋으련만. 실상은 딱히 애들 데리고 갈 만한 곳도 없어 아쉬움 가득한 여행이었다. 콘도 주변에서 서성거렸다. 바다를 보고 하룻밤을 집 밖에서 잤으면 됐지라고 말하기엔 함박웃음꽃을 피우지 못한 부족한 여행이었다. 그날에 빗님이 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