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45
친구 모녀 덕분에 나도 모처럼 서울대를 구경했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대 기념품점을 구경했다. 대학생 때 하버드대, 뉴욕대, 콜럼비아대, 베이징대, 칭화대를 방문하며 잊지 않고 기념품을 샀던 나였지만, 생각해 보니 국내 대학을 방문해 기념품을 사본 적은 없었다. 모교의 기념품도, 친구가 다니는 학교의 기념품도 사본 적이 없어 이번 방문이 어쩐지 어색했다. 이젠 학부모 입장에서 기념품점에 들르니 또 다른 모습이 눈에 띄었다. 처음 친구가 서울대 기념품점에 들른다고 했을 때 약간 의아해하며 쇼핑하러 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막상 들어가 보니 내 예상이 완전히 깨졌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매장 안은 어느 노래가사처럼 없는 건 없고, 있을 건 다 있어 보였다. 종류가 다양했다. 노트, 펜, 필통, 자, 형광펜과 같은 문구류에서부터 가방, 양말, 모자, 학교점퍼, 키링은 물론이고 칫솔, 치약과 같은 구강용품과 건강식품까지.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직원 3명이 무료하게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것도 잠시 학생과 부모가 계속 들어와 이것저것 물건을 들었다 집었다 하며 쇼핑 삼매경에 빠졌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까지 나이도 다양해 보였다. 샵 안은 금세 붐볐다. 단순히 기념품을 사겠다고 들른 친구와 딸과 달리 내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진지해 보였다. 서울대라고 쓰인 글자를 보고 그 기운과 힘을 받아 전진하겠노라고 선언하는 듯 보였다.
친구의 쇼핑을 옆에서 몇 마디 거들면서 다양한 물건에 감탄하며 서로 장난도 쳤다.
"서울대 기념품을 사면 똑똑해진다!"
Buying souvenirs makes you smart!
친구의 말처럼, 똑똑해지는 마법이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서울대생이 될 것이다."라고 자기 암시를 하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진짜 서울대생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아무런 목표 없이 공부하는 학생보다는 높을 것이다. 떡잎이 보이는 자식을 데리고 쉬고 싶은 주말 오전에 서울대를 방문할 때는 다 그만한 꿈과 목표가 있을 테니까. 기념품으로 바구니를 채운 친구의 딸은 만족스럽게 기념품점 앞에서 기념촬영까지 마쳤다. 나도 잊지 않고, 서울대 기념품점을 방문한 기념으로 "서울대학교"라고 쓰인 펜 하나를 샀다. 나를 위해. 아직은 아이들에게 내 마음대로 기념품을 사 주고 싶지 않다. 관심 없는 물건은 쓰레기만 될 것이기에, 기회가 되어, 서울대 투어를 해 보고 싶다면 그때 데리고 오면 되니까. 반가운 친구도 만나고, 덤으로 엄마가 되고 나서야 서울대 기념품점 구경까지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