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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May 28. 2024

구름이 전하는 위로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46

                                                                                                                                            "매주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세요."

친절한 담당의는 매주 만나는 나에게 모처럼 말을 건넨다. 지난 5년간 지켜본 그의 성품을 볼 때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상처가 많이 좋아졌어요."

옆에서 간호사까지 한몫 거든다.


출근 도장 찍듯 매주 성형외과에 다닌 지도 벌써 석 달이 지났다. 그간의 내 아픔과 수고를 알고 있다는 듯 처음으로 말을 건넸다. 그저 "네"라는 담담한 말만 나올 뿐 '알아줘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만큼의 파장이 내 마음에 남지 않았다.


아픈 몸으로 살다 보니 아픔도 고통도 어느새 일상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그저 남들과 달라 아주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는 의사의 말만 믿을 뿐 가려진 상처는 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른다. 어쩌면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큰 지도.


터벅터벅 집으로 오는 길, 무심코 쳐다본 하늘에 흰 구름이 말없이 떠 있었다. 나를 지켜보는 것처럼.


아!


바다가 보고픈 내 속을 어떻게 알았는지 구름 가득한 하늘이 반가웠다. 새파란 하늘보다 고맙기까지 했다.

구름을, 보고 또 봤다.

나처럼, 지나가던 사람들이 잠시 멈춰 서서 사진으로 하늘을 담는 모습에 괜스레 흐뭇했다.

나와 같은 것을 느꼈구나.


어떤 말보다 강했다.


지치고 힘든 사람,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하늘을 보면 좋겠는 그런 날이었다.





오후에 다시 쳐다본 하늘에는 구름이 없었다. 그저 파란 하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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