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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Jun 11. 2024

어설픈 블로거처럼 보였을까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57

가끔은 블로거처럼, 인플루언서처럼

가끔은 뭘 아는 사람처럼

끌리는 카페나 베이커리를 구경한다. 


광교중앙역 부근을 걷다

잠시 멈칫거리다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은 아우라에 들어갔다.

14년째 같은 가격에, 카페가 아닌 커피 가게라는 문구에 붙잡혔다.


커피가게 외관 풍경


화려한 카페도,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카페도 아닌 그저 커피를 파는 동네가게였다. 간판의 캐릭터처럼 두건을 쓴 중년의 남자 주인이 드립을 내렸다.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 흘러나오고 안 되는 테이블 가운데 뒤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두 분이 여행이야기를 하셨다. 제주도, 뉴욕, 일본, 캄보디아 등에 관한 들은 얘기와 겪은 얘기가 커피 잔을 천천히 마시고 나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본인의 이름을 걸고 카페를 연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해 보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듬뿍 들어가 있음을 세상에 공표하는 듯. 프랜차이즈의 이름 뒤에, 혹은 기억하기 쉬운 짧은 문구를 선택해서 이름을 지은 카페를 운영하는 세상이다. 유명세를 탄 사람의 경우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사업을 하는 경우는 봤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도 필명뒤에 숨고 얼굴을 숨기고 나서야 내 이야기를 타인에게 전하고 있는 나로서는 우연히 만난 바리스타의 용기에 혼자 속으로 놀라고 박수를 쳤다. 커피에 빠져 공부를 시작해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며 카페운영까지 하는 선배 언니가 있다. 서울 마포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적자라고, 원두가격이 올라서 운영이 어렵다고 가끔 하소연한다. 그런 이야기를 익히 들어서 그런지 원두 가격도 14년째 동결에, 주변에 수많은 카페들 사이에서 혼자 묵묵히 자리를 지키신다는 사장님의 포스와 내공이 보통 이상인 듯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용기를 내서 카운터에 다가갔다. 내가 주문한 시다모를 드립 할 준비를 하시길래, 어떤 단어를 써야 정중한 느낌이 들까 망설이다 입 밖으로 조용히 꺼냈다. 


"저, 드립 하시는 거 관찰해도 될까요?"

 구경보다는 관찰에, 존중한다는 내 마음이 실리기를 바라면서 말했다. 

"네."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건넬법도 한데, 바리스타는 너무도 짤막한 대답을 했다. 슬쩍 나를 한번 보고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 황금색 주전자를 들고 천천히 천천히 반복적으로 크레마산을 만들며 커피를 내렸다. 


커피 드립모습과 시다모 한 잔 


어색하게도 나도 바리스타도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드립이 끝난 듯해서 조용히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주문한 시다모를 포트메리온 잔에 담아 내 앞에 가져다주셨다. 그리고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드시고 다른 원두로 한 잔 더 드릴 게 말씀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드립 커피 한 잔이면 충분하기에 더 이상 마시지는 못했다. 빈 잔을 카운터에 가져다 드리니 나를 다시 쳐다보셨다. 무슨 뜻인지를 파악했기에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다음에 기회 되면 다시 오겠습니다. 잘 마셨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사장님의 호의였다. 혼자 와서 사진 찍고 관찰하는 모습에 내가 블로거라도 되는 줄 아셨나 보다. 보통은 본인이 먼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이곳 사장님은 과묵한 성격이신 거 같았다. 다른 손님이 없었다면, 내가 먼저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이것저것 물어봤을 텐데. 중년 아줌마가 되고는 궁금한 건 편하게 물을 수 있게 되었지만, 왠지 이곳에서는 다음을 기약해야 할 거 같았다. 신비주의에 싸인 사장님과 커피 가게를 뒤로 하고, 깨알 홍보해 주실 거라 기대하시는 거 같아 이곳에서 작가님들 앞에서 홍보하기로 했다. 


성실함과 묵직함을 경험해 보시고 싶은 분은 한번 가보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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