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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Jun 13. 2024

여름 햇볕에게 부탁한다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58

오늘도 해가 쨍쨍 나는 보통의 여름날이다. 따가운 여름 햇살에 외출도, 산책도 미루고 집안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었다. 상처 치유에 걸림돌이 될까 봐 스스로 땀 흘리는 일을 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복소복 쌓이는 함박눈처럼 빨래가 낭만적이지 않게도 쌓인다. 매일 4인 가족이 쓰는 수건이 기본 6장에, 겉옷과 속옷까지 합치면, 하루라도 빨래를 안 하면 빨래산이 될 정도이다. 빨래를 해서 건조기에 초벌 정도로만 말린 뒤 바로 베란다 헹거에 넌다. 수고스럽고, 귀찮지만, 그래도 한다. 건조기가 있지만 건조기 사용은 최소한으로 하고 있다.


7년 전, 지금 살고 있는 30평대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건조기를 세탁기 옆에 들여놨다. 당시 9kg 삼성 건조기를 사고 신세계를 경험하며 좋아했다. 20평대 아파트 거실에 항상 놓여있던 빨래 건조대가 사라지자 아이들이 놀 공간이 조금이라도 늘어나서 얼마나 좋았던지. 흥분과 감탄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동안 빨래 널기에 지친 나에게 보상을 주듯, 건조기를 사용하면서 뽀송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특히 장마철과 겨울같이 햇볕이 그리울 때, 건조기가 있어 고맙다고 고맙다고 혼잣말하며 빨래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건조기보다는 햇볕을 찾기 시작했다. 빨래양이 많아지게 되자 건조시간이 점차 증가했다. 용량에 비해 빨래가 많았다. 결정적으로 울산에서 40평대에 고 전업주부가 되자, 더 넓어진 베란다와 햇볕을 맘껏 쓰고자 다시 빨래 널기로 역행했다. 전기세를 줄이겠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었다. 4-5시간씩 걸려 수건이 마르는 만큼 아파트 관리비가 늘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친환경적으로 태양열을 이용해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비 오고 흐린 날이 아니면 베란다에 널었다. 자연바람과 햇볕에 말리니 그만큼 건강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하와이에서도 빨래를 널어 말렸다. 기숙사에서는 건조기를 사용했지만, 기숙사밖에서 살 땐 그랬다. 일본인 하우스메이트와 같이 빨랫줄에 빨래를 널곤 했다. 집주인아저씨는 가끔 본인의 서핑도구와 비치 타월을 말릴 목적으로 매어 놓은 빨랫줄을 동양인 학생들이 애용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다. 


건조기가 있는데 왜 빨래를 널어?

볕이 이렇게 좋은데요. 바람도 있고요. 


 전기세가 확 줄어드는 대용량 건조기가 있다면 금세 마음이 돌아서겠지만, 아직은 노후된 건조기를 가능한 오래 쓰고 싶다. 많이 덥다고, 폭염주의보를 알리는 문자는 날아오지만, 우리 집 빨래는 베란다에서 잘 마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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