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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Jun 19. 2024

어느 더운 날에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62

어느 것 하나 진득하게 집중하지 못하고 했다 말다를 반복했다. 책 읽기도, 집안일도, 글쓰기도. 날이 덥다는 이유다. 여름에 태어난 만큼 뜨거운 여름 햇살을 좋아하면 좋으련만, 내 맘 같지 않다. 사계절 중 여름 나기가 가장 힘들다. 초여름을 건너뛰고 갑자기 한여름 체감온도 37도가 돼버린 오늘. 브런치를 들락날락, 한 두줄 쓰다 주제를 바꾸고 쓰다 또 바꾸고. 


기분전환이라도 해 보려고 아파트 커뮤터티센터에 들렀다. 북카페이긴 하나 보통은 사람들이 북적거려 혼자 책을 읽고 앉아 있기가 여간 불편한 곳이다. 늦은 오후 잠시 들렀다. 다행히 혼자 앉아 쉬는 사람 몇 명만 있었다. 에어컨 덕분에 시원한 이곳에서 책을 읽으면 집 나간 내 마음을 돌아오게 할 수 있을 건만 같았다. 창가옆에 책장을 마주하고 커피 한잔 시켜놓고 앉았다. 은유 작가님의 책도 펴 보고, <나의 문구 여행기>도 펴 보았으나 몇 장 넘겨볼 뿐이었다. 그냥 더 이상 애쓰지 않기로 했다. 마음 편하게 집중 안 되는 날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결국 애꿎은 커피만 마시고 나왔다. 여전히 사우나에 들어앉은 듯 후텁지근한 공기에 숨이 막혔다. 


 올여름의 더위도 심상치 않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65405



"현재 엘니뇨 현상은 2024년 초여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올여름은 또 한 번 기온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60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엘니뇨 현상이 더욱 강해지면서 여름은 더 더워지고 있다."


매년 더워서 크게 체감을 못했는데 작년에 가장 더웠다니. 온탕의 개구리가 물 온도가 조금씩 올라도 체감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도 폭염에 어느 정도 적응해 가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판국에, 파리 올림픽에 관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친환경 선수촌이라서 에어컨 없이 선풍기 한 대씩 있는 데다, 문제는 파리의 평균 기온이 1924년 마지막 하계올림픽이 개최된 이후 섭씨 3.1도나 상승했다고 한다. 매년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심해지고 있어 시작도 하기 전에 걱정부터 앞서는 올림픽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며 언제까지 한여름에 올림픽 개최가 가능할 지도 염려스러웠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4753532?sid=104


모든 게 가속화되는 걸까? 고물가에 가속화되는 폭염을 경험하면서 개인, 국가, 세계가 더 이상 더위를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때라는 경각심에 멍했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여름. 오늘만 견디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간의 기후변화로 인한 경고의 메시지가 귓가에 선명하게 들리는 듯했다. 더 늦기 전에 더워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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